한국은행은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올려도 욕 먹고 안 올려도 욕 먹게 생겼다. 올리면 ‘뒷북친다.실기했다’는 비판에, 안 올리면 ‘한은의 존립목적인 물가안정을 방기한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지난 1월 이후 5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에 4.7%로 정점을 찍은 후 물가 급등세가 조금씩 진정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관리 목표치(3±1%) 상단을 뚫은 상태다. 말이 3±1%지 실제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는 연 3%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시장의 예상을 깨고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동결의 이유로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 북아프리카ㆍ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일본 대지진의 여파 등이 우리 경제의 하방위험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생산과 소비가 줄고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경기 하강기에 나타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금통위가 만약 이런 경기신호를 보고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물가는 물가대로 못잡으면서, 그렇게 외쳤던 ‘금리 정상화’ 정책기조를 멈춰버렸다는 비판을 받은 게 자명하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욕 먹게 될 이유 역시 간단하다. 경기하강 신호가 켜졌는데 지금까지 뭐하다가 금리를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느냐는 지적이 나올 게 뻔하다.
가계부채 문제도 기준금리 인상에 비우호적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의 적절한 조정, 다시 말해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의 과다차입을 축소해나가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940조원에 육박한 금융부채를 통화신용정책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빚을 내 이자만 겨우 갚아나가는 서민층과 저신용자들에겐 치명적일뿐 아니라 곧바로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오는 9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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