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의 임대료는 보증금 30억~32억원에 월세 1억 5000만원. 1만원 안팎의 저가 화장품을 팔아 월매출만 12억원을 넘게 올리는 ‘금싸라기’ 땅이다. 이 부지를 포함, 명동 일대는 전국 개별 공시지가 상위 10위권을 모두 싹쓸이했다.
▶환상적 입지, 들어올 업체 줄 섰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 평일인데도 내외국인이 뒤섞여 발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이렇게 모여든 관광ㆍ쇼핑객만 하루 평균 150만명에 이른다. 강남 지역 최대 상권인 강남역의 유동인구 20만~30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3.3㎡당 점포 매매 시세는 중앙로의 경우, 6억원 선. 네 거리 코너는 8억원이 넘는다. 충무로 1가와 명동1번가는 3.3㎡당 3억 5000만~4억원에 거래되지만 매물이 없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코너 점포의 경우, 8억~10억원대에도 매수의사자가 있지만 건물주가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며 “특히 화장품 메이커들이 명동 내 매장을 크게 늘리면서 임대료와 매매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귀뜸했다.
실제로 커피숍, 의류ㆍ패션점포 일색이던 명동에 ‘화장품 매장발(發)’ 상권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 30일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올해 개별 공시지가에서 명동 일대 상가건물이 전국 상위 10위권을 싹쓸이하며 대한민국 대표 상권으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화장품매장 ‘네이처리퍼블릭(3.3㎡당 2억559만원)’ 앞 네거리 전경. |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은 명동월드점을 포함해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토니모리 5개, 더 페이스샵 5개, 미샤 4개 등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만 60여곳이 넘는다.
매장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년새 30% 가까이 임대료가 뛰었다. 중앙로는 66㎡ 점포 기준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7000만~8000만원을 줘야하며, 명동 1번가는 5억원에 월 3000만~3500만원선이다.
그러나 살인적인 임대료에도 입점할 업체가 줄을 섰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그만큼 매출이 받쳐주기 때문. 토니모리 명동 1호점은 단 52.8㎡의 점포에서 5억~6억원 가량의 월매출을 올린다. 중앙로를 따라 들어선 33㎡ 안팎의 소형매장도 월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들이다.
S부동산 관계자는 “임차수요가 넘쳐나다보니, 3억~5억원에 이르는 권리금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며 “해외SPA 브랜드 등은 고정월세 없이 판매 이익 일부를 수수료로 내는 형식으로 계약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 대로변보다 이면도로가 뛰어난 ‘저수지형 특수상권’= 전문가들은 명동이 대형백화점 2곳과 남대문 시장, 남산타워 등이 도보권에 위치해 유동인구를 끌어당기는 유인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상권이 날로 확대되는 강남역 등과 달리 남북(을지로 입구역~명동역)ㆍ동서(롯데백화점~명동성당)까지 경계가 명확한 ‘저수지 상권’이어서 매출발생이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대로변보다 이면도로가 ‘황금상권’이라는 점도 여타 권역과 차이점으로 꼽힌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수평으로 쇼핑동선이 짜여지기 때문에 동선흐름을 살핀 타깃 마케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여성 의류ㆍ화장품, 보세의류 및 잡화점 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 네일아트 등이 유망업종”이라고 말했다. 다만 높은 초기투자비용과 잦은 임대료 상승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장경철 상가114 이사는 “안테나숍(매출보다 홍보효과와 시장동향 파악을 노리는 매장)ㆍ플래그십 스토어 위주인 명동은 임차인 변동이 잦아 새 계약이 맺어질 때마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화려한 상권의 경우 높은 매출이 기대되지만,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소요되고 경쟁 또한 치열해 상가투자 초보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현ㆍ백웅기 기자@kies00>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