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고위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및 로펌행 관행을 제한하려는 국회와 청와대의 움직임에 과천 관가가 시끄럽다.
‘밥그릇 지키기’라고 치부될 수도 있지만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국가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가진다.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부터 ‘낙하산 실리론’까지=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진로제한에대한 반대논리는 다양하다.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서부터 뛰어난 능력을 감안해야한다는 낙하산 실리론(?)까지 나온다.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하기관과 로펌으로 가려하는 모든 공무원을 비리 혐의자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공무원의 전문성과 능력을 살려 공공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문호는 열어놓되, 비리를 저지르면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열심히 일하면 국ㆍ실장 퇴직 이후 산하기관 또는 로펌에 가서 노후 자금을 마련한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이같은 인센티브 구조가 깨지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 하락과 부패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지적했다.
아예 낙하산 실리론(?)을 펼치는 공직자도 있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내부 승진 사장을 낸 공공기관이 예산이나 규제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더라”면서 “나중엔 ‘힘 있는’ 외부인사를 사장으로 앉혀달라고 요구하더라”고 지적했다.
▶보여주기 행정에 대한 반발=이같은 주장의 밑바탕에는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최근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국민정서에 기댄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 과시형 행정이라는 불만이 깔려있다.
한 고위공무원은 “과거 공무원 직무 성과계약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현상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레드 테이프 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레드테이프 현상이란 불필요하고 복잡한 절차에 얽매여 능률을 저하시키는 관료적 비능률 현상을 의미한다.
또 다른 공무원은 MB정부가 관료들을 푸대접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집권 말기로 가면서 관료들을 중용하는 자세로 돌아섰다”며 “공무원들의 국정 경험을 국가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편 일부 젊은 과장들은 다른 의견도 냈다. 그들은 개인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에는 찬성하면서도 다시 고위직으로 복귀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펼쳤다. 로펌에 갔던 다시 장차관이 돼서 ‘금의환향’하는 공직자가 많아 질수록 자연히 로펌에 있는 선배 공직자들들의 영향력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의 경험을 무시하는 취업제한의 일종일 뿐이다. 결국 퇴직 공직자의 처신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다.
박지웅ㆍ조현숙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