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엘 ‘에이즈 퇴치 교육’
영국항공 ‘각국 주화 모금함’
월트디즈니 ‘미키마우스의 귀’
미국 월트디즈니사에는 ‘Disney VoluntEARS’라는 이름의 임직원 사회봉사단이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는 개념이나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1983년부터, 이들은 미키마우스의 귀를 표현한 로고를 들고 지역과 사회에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장애인 행사를 후원하고, 양로원에서 파티를 열고, 청소년들의 학습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빈민가 학교의 을씨년스런 벽에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의 그림이 채워지고 지역민이 함께하는 행사에는 어김없이 ‘미키마우스의 귀’가 등장했다.
그 귀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자연스레 디즈니의 팬이 된다. 그들에게 ‘미키마우스의 귀’는 단순한 만화가 아닌 나눔과 공감의 표상이다. 바로 그런 기억들이 월트디즈니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다.
우리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들이는 비용이 이미 미국과 일본기업들을 넘어섰음에도, 국민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어느 국제공항에나 있는 ‘각국 주화 모금함’은 영국항공(British Airway)이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94년 유니세프와 손잡고 ‘Change for Good’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후진국의 잔돈을 모은 이 활동으로 2300만 파운드 이상이 모금되고 50개국 이상의 후진국 어린이들에게 후원금이 전해졌다. 많은 영국인들은 파업과 불진철에도 영국항공을 신뢰한다. 이 활동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용 그룹인 로레알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키엘(Kiehl)은 일찌감치 ‘YouthAids’라는 전 세계 청소년들 대상으로 에이즈 퇴치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대신 키엘은 경쟁사들과 같은 과도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원료를 구매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은 세계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재벌 기업으로 꼽힌다. 에릭슨, 사브, 일렉트로룩스, 스카니아, SAS,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기업을 보유해 스웨덴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 기업임에도, 이들을 족벌기업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발렌베리 그룹의 이익의 대부분은 ‘크누트앤엘리스발렌베리’, ‘마리엔앤마쿠스발렌베리’ 등 수많은 복지재단에 보내져 스웨덴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쓰인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사랑받는 기업 ‘SPICE’란
21세기는 사랑받는 기업들의 시대다. 주주나 회사의 이익만이 아닌 고객과 직원, 협력사, 사회 등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이 사랑을 받고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 미국 벤틀리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야 교수는 이를 ‘SPICE’로 요약한다. S는 사회(Society), P는 협력사(Partner), I는 주주(Investor), C는 고객(Customer), E는 직원(Employee) 이다. 그는 “사랑받는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더 큰 이상과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서 “삶의 질과 행복, 인생의 의미를 증진시키는 위대한 기업들이 사람과 사회를 매료시키고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