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몰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재계 순위 1위 기업인 삼성이 과거 이들의 유해물질을 전담 처리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재미교포 안치용씨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미국정부와 계약을 통해 주한미군기지의 유해물질폐기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수 수행했으며 2004년 칠곡미군기지 캠프캐롤 환경영향평가는 2003년 수주해 완료까지 1년2개월 정도가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 연방정부 예산집행내역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1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정부와 198건 3억6500여만달러어치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에는 유해물질폐기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칠곡미군기지 캠프캐롤 환경영향평가는 2003년 4월 22일 계약한 43만9000여달러의 계약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문서에 따르면 이 계약은 2004년 6월 9일 실시완료된 것으로 드러나 주한미군 당국이 설명한 2004년 환경영향평가와 기간이 일치한다.
당초에는 주한미군이 지난 2004년 삼성물산에 의뢰한 것은 환경 오염 관련 조사가 전부였고, 당시 다이옥신이 전국평균인 0~0.119ppb에 비해 상당히 높은1.7피피비(ppb)가 검출된 것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안씨가 공개한 미 연방정부 문서에는 삼성물산이 처리한 잡업에 대해 ‘Hazardous Substance Removal Cleanup and Disposal Service and Support’라고 기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의혹에 전례없는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군 측이 고엽제 파문을 축소ㆍ은폐에 나선 것 같다는 의혹에 찬 시선을 던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군이 정말 퇴역 주한미군의 폭로가 있기 전에 고엽제 매몰 사실을 몰랐는지, 왜 화학물질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고 막연히 ‘다른 지역에서 처리’로만 기록했는지, 묻었다가 옮겨서 처리한 배경은 무엇인지 도무지 의문점 투성이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삼성은 미국정부와 계약 당시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비공개 계약을 체결하므로 삼성물산은 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
이미 미군 측은 지난 20일 밤까지만 해도 “관련 문서를 확인 중이지만 특정 물질 매몰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다가 23일 관련 문서를 찾았다고 말을 바꾼 바 있어 진실성에서는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 미군과 삼성 측이 이번 전직 주한미군의 폭로가 있기 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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