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29개 기금의 93개 사업이 받은 작년 평균 성적은 D학점이었다. 100점 만점에 60.6점이다. 60.6점이면 5단계 평가등급 가운데 ‘미흡(50~59점)’을 간신히 넘어 ‘보통(60~79점)’ 수준에 턱걸이 했다.
그 전해와 점수가 같다.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2010년도 기금운용평가보고서’를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낙제점을 받은 기금은 수두룩 했다. 미흡 이하 평가가 내려진 기금 사업은 전체 93개 가운데 26개(28.0%)로 3분의 1에 육박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축산발전기금,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청소년육성기금, 국민연금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고용보험기금 등에서 ‘매우 미흡(50점 미만)’ 평가가 내려진 사업이 각각 하나씩 적발(?)됐다. 미흡 이하 평가를 받은 기금 사업은 정부의 기금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업비가 전년 대비 10% 이상 삭감된다.
‘매우 우수(90점 이상)’ 평가를 받은 기금 사업은 하나도 없었다. ‘우수(80~89점)’ 등급이 매겨진 사업 역시 3개(3.2%)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 기금 사업은 어중간한 보통 성적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분야별 기금 사업 평균 운용성적은 경제(63.1점), 행정(61.0점), 사회(59.3점) 순이었다. 사회 분야 기금 사업은 미흡 등급에 머물렀다. 재정부 관계자는 “사회 분야가 타 분야보다 집행 관리 등 어려운 보조사업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금의 자산운용 성적표는 사업운용 점수보다 나을 게 없었다. 재정부는 기금운용평가단과 함께 총 923조원 규모에 달하는 37개 기금의 자산운용 실적을 평가했다. 운용자산 1조원 이상 대형기금 가운데 국민주택기금이 53.21점으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대형기금 중 최상위 성적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86.51점)에게 돌아갔다. 1000억~5000억원 규모 중형기금 중에선 관광진흥개발기금(23.51점)이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전체 자산운용 평가 대상 37개 기금 가운데에서도 꼴찌 성적을 받는 오명을 썼다. ▶표 참조
재정부 당국자는 “기금 규모별로는 자산운용의 규모가 큰 대형기금의 점수가 높았고, 소형기금은 낮은 편”이라면서 “기금 성격별로는 자산운용 경험이 축적된 연금성ㆍ금융성 기금의 점수가 높았고, 사업성 기금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규모별 분류를 기준으로 하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산운용 평가점을 받은 기금은 다음 해 운영비가 0.5%포인트 깎이는 벌칙을 받게 된다. 반대로 상위 3분의 1 성적의 기금에겐 운영비 0.5%포인트 증액 혜택이 주어진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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