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각종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이 그룹이 대규모 아파트 건설 등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인허가 취득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단서를 잇달아 포착한 것으로 전해져 수사가 확대일로다. 전문적인 브로커의 개입이 확인된 데다 ‘안 되는 사업을 되게 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우선 수사 대상에 오른 이 그룹의 부동산 사업은 대전 서구 관저4지구 개발 프로젝트. 박연호(61·구속)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은 2005년 11~12월, 은행이 100% 지분을 갖는 3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3년여에 걸쳐 3000억원을 이들 법인에 대출해줬다.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 관저지구 개발사업이 특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2006년 10월 대전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이들 SPC가 이듬해 인허가를 따냈다는 점. 이 과정에서 전문 브로커를 동원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120개 SPC가 벌인 사업 가운데 대출 규모가 4700억원으로 가장 덩치가 큰 인천 계양구 효성지구 개발사업도 의혹 투성이다. 효성동 일대 43만5000㎡의 부지에 3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여기엔 김양(구속)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브로커 윤여성(구속) 씨가 등장한다. 윤 씨는 이 사업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모 시행사에 웃돈을 건네주고 자신은 1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효성도시개발 등 8개 SPC를 세워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부지 확보가 쉽지 않자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시행사들의 사업권을 직접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윤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대관(對官) 업무도 전담한 걸로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 1~2월 효성도시개발 관계자가 인천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이 차명주주를 내세워 각 계열 은행으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겨 이를 로비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 구체적인 비자금 액수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