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연평도 포격사건 6개월을 앞두고 헤럴드경제의 취재진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한 최주호씨(연평도 근무ㆍ현재 신라대 체육학과)는 연평도서 부상당한 장병중 한사람이다. 당시 휴가를 나가려다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故 서 하사등과 부대에 복귀하려던 그는 포탄을 맞아 배에 관통상을 입었던 그는 신장 1개와 소장의 일부, 그리고 십이지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그의 몸에는 잃어버린 장기 대신 파편조각들이 남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신체장애판정 5급을 받아 꿈꾸던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길을 걷는 것 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그를 억울하게 하는 것은 이후 당국이 보여준 무성의함이었다. 그를 가장먼저 서운하게 한 것은 지난 1월 22일, 병원서 제대할때의 장면이었다. 퇴원과 동시에 바로 ‘집앞으로 갓!’명령이 떨어진 것. 적어도 부대에서 찾아와 조촐한 전역식이라도 치뤄줄 줄 알았는데 아무런 절차도 없었다. 해병대면 당연히 받아야 할 전역증 조차 아직 최씨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그를 더 분통터지게 한 건 지난 4월, ‘등기우편’으로 날아온 합참의장 명의의 표창장 이었다. 최씨는 기자와의 통화서 “천안함 장병들은 영웅처럼 떠받들더니, 연평도 해병에게는 표창장을 등기로 보내고는 끝이다. 수여식까진 아니라도 현역 장교가 집으로 직접 전달해주는 배려정도는 할줄 알았다. 형식적인 수여라는 생각이 들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지정부분도 문제다. 연평도 포격으로 다친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최씨는 아직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신장을 한개 떼어내고 소장, 십이지장등을 다쳐 건강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눈에 띄는 외상’이 없어 확신할 수 없다. 오는 25일 있을 신체검사서 떨어지면 자칫 국가유공자 지정마저 놓칠 수 있다.
최씨의 어머니 이병순(48)씨는 “듣기로는 팔이나 다리가 절단 되거나 하는 식으로 눈에 보이는 부상이 아니고 주호처럼 장기파손 같은 경우는 국가 유공자 인정 불리하다고 해서 걱정이다”며 “대통령님께서 오셔서 최고의 예우를 해 주시겠다기에 그 말씀을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건강했던 아들이 군에서 전투중 부상당했는데 국가유공자 지정이 안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만일의 사태가 있을 경우 연평도에 돌아가 함께 싸우고싶다는 ‘해병정신’의 소유자다. 그는 “내가 이렇게 됐지만, 아들을 낳으면 또 해병대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눈 앞에서 故 서 하사의 잘려나간 다리를 보았던 그지만, 아직도 해병 사랑이 남아 있는것. 그러나 어머니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씨는 “손자 나면 해병대 보낸다지만 난 말리고 싶다. 군대 법, 제도 모두 상해 관련해 규정마련도 안돼있는데 어떻게 손자를 보내겠냐”며 손사레를 쳤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