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5부(노태악 부장판사)는 19일 이광수씨 등 탈북자 5명이 신상 노출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탈북자의 인적사항이나 탈출 경위가 보도된 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특수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신변보호 요청에 응할 필요성이 언론ㆍ출판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보다 배상액을 더 높인 이유에 대해 “이씨 등이 당한 정신적 고통과 국가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 북한에 남은 가족의 위해가능성 정도 등을 고려하면 1심이 지급을 명한 액수는 지나치게 적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2006년 3월17일 일본을 거쳐 미국에 망명할 생각으로 아내와 두 아들, 의형제 김정철씨와 함께 소형 목선을 타고 탈북한 뒤, 풍랑에 휩쓸려 표류하다가 이틀 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통일전망대 앞 해안에서 육군 초병에게 발견됐다.
이씨는 “우리가 남한에 왔다는 사실과 우리의 인적 사항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고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북한 주민 일가족 귀순 보고(제1보)’라는 제목의 상황보고서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했고 이씨 일가족의 성과 나이는 물론 이씨의 군복무 기간과 이씨와 김씨의 직업까지 유출됐다.
이에 이씨 등은 북한의 가족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북한에 남은 부모와 형제, 친척 등 26명이 실종됐는데 북한 정권에 의해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가족이나 친척이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를 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정보 유출에 따른 정신적 고통만 인정해 5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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