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지주회사’에 한해 30% 이상 지분을 소유하는 금융지주회사에게 경영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KB, 신한,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만이 사실상 우리금융지주 인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 30%안 검토 왜= 금융지주회사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입찰참여를 유도해 ‘유효경쟁’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연내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민영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재추진 때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불가능하고, 새 정권이 들어서는 2013년에는 준비기간과 재검토가 필요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공적자금 투입 10년째를 맞는 올해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최소 지분 소유 요건을 30%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적지않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너무 낮출 경우 금융지주회사의 문어발식 확장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지주회사법 시행령에 ‘95% 이상의 지분 소유’ 규정을 뒀던 것도 중간지주회사(지주회사를 대주주로 둔 지주회사)의 남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지주회사’에 한해 예외규정을 둘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지주회사라고 해보야 사실상 우리금융, 산은금융지주 2곳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50% 지분 소유에서 30% 지분 소유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을 유력히 검토하게 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금융계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에 있어 ‘유효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의 인수비용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 신한, 하나, 산은지주 등 기존의 금융지주회사들이 50% 이상 지분 매입을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할 경우 7조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해 투자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30% 이상 지분 매입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할 경우 비용부담이 4조5000억원으로 줄게들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30% 이상 소유로 시행령을 고치면 대다수 금융지주회사들이 입찰에 응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은행에 쏠려있는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증권, 보험사 인수 대비용으로 이미 2조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오는 9월까지 2조원 어치 상당의 국민은행 지분을 매각키로 돼 있어 입찰 문턱이 낮아질 경우 손쉽게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신한금융도 조흥은행,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계속된 흑자에 힘입어 유보자금이 풍부한 데다 채권발행 여건도 좋아 4조~5조원을 동원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금융은 이미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4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은행채를 발행해 인수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산은금융지주 보다도 오히려 유리한 인수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금융지주회사에만 인센티브 왜?= 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지주회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주회사에게만 이같은 혜택을 줄까. 결론은 사실상 지주회사외에는 우리금융의 경영을 맡길 곳이 없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자위는 지난 17일 우리금융 지분 매각방침 설명회에서 “지주회사는 물론 사모펀드, 외국계 금융회사 등 모든 인수주체에게 입찰참여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각이익 극대화, 조기민영화 외에 한국금융의 발전을 지향하는 공자위의 매각방침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나 외국계 금융회사에게 우리금융을 맡길 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인수주체가 불명확하고 펀드해지 시점인 3~5년뒤 다시 주인을 가려야하는 문제가 있어 우리금융의 발전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