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피자, 오토바이 등 배달전문집들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양시의 한 동네. 이 곳의 한 치킨집에서 일하고 있는 A군(17ㆍ고1)은 학교를 다니면서 방과 후에는 동네 치킨집에서 배달아르바이트(배달알바)를 한다. 친구들은 ‘오토바이를 마음대로 탈 수 있겠다’며 자기를 부러워 하지만 어른들은 “고등학생이 무슨 오토바이냐 폭주족 아니냐”며 눈총을 준다.
사실 A군은 오토바이 배달이 즐겁지 않다. 함께 일하던 고등학교 2학년 형은 지난 주 배달 도중에 차에 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수도 없어 진통제를 사먹으며 견디고 있다. 아직까지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는 A군도 하루에 20회 이상 ‘출동’하다 보면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A군은 이 배달 알바를 그만둘 수가 없다. 당장 배달을 하지 않으면 휴대전화 요금을 낼 길이 막막하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친구 10명 중 3명은 최저임금 4320원도 채 못 받는다. A군이 시급 5000원을 주는 배달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19일 발표한 ‘2011, 청소년 배달노동 실태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 배달 노동자 2명 중 1명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나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발생한 사고 114건으로 184건 중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안전장구 착용이나 사고 후 치료를 받는 비율은 낮았다. 205명의 배달 아르바이트생 중 안전교육을 받은 학생은 62명(30.2%)에 불과했으며 헬멧을 차고 다니는 학생은 153명(74.6%)으로 기본 장구인 헬멧조차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무릎보호대, 야광조끼 등 다른 안전장구를 착용한 사례는 10여건에 불과해 사고시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심지어 배달알바를 하는 학생 중에는 면허를 소지 하지 않은 학생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사고후 뒤처리 방안도 문제다. 사고를 경험한 103명의 경우,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는 38명(33.6%) 정도에 그쳤으며 약만 사서 치료한 경우가 13명(11.5%). 사고 후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도 34명(30.1%)에 달했다.
김재현ㆍ손미정 기자/mad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