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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창간 8주년>‘공정·신뢰’ 위에 꿈·스토리를 춤추게 하라
오디션 2.0시대-③ 한국형 오디션 예능 제대로 가고 있나 <끝>

참가자 노력·뭉클한 재기모습

희로애락 가감없이 시청자에 전달

심사 시스템·볼거리 조화

편파성 논란 잠재워야

극적 긴장-기대감 있어야

오래 기억될 프로그램으로




서바이벌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한창이다. 서바이벌 게임은 원래 전쟁을 놀이 형태로 순화한 레저물이다. 그래서인지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크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TV 포맷이 된 건 그런 이유가 크게 작용함은 물론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참가자가 제공하는 극적 긴장감이 큰 매력이다. 따라서 불꽃 튀는 경쟁과 신경전 등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다.

한국형 오디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꿈’과 ‘스토리’를 ‘진정성’이라는 양념으로 잘 버무리는 작업이 중요해 보인다.

tvN ‘슈퍼스타K2’

▶오디션 예능, 공정은 기본
=하지만 한국에서는 심사가 공정한가 아닌가에 집착한다.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오디션 바람을 몰고온 ‘슈퍼스타K 2’의 우승자로 환풍기 수리공 출신인 허각이 결정되자 공정사회가 실현된 경우라며 다들 환영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사회 각 부분에 걸쳐 공정하지 않은 사례를 무수히 겪어왔고, 그래서 서민이 피해를 봐야 하는 시스템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다는 방증이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몇몇 심사위원이 연변 청년 백청강에게 낮은 점수를 준 반면 미국 동포 데이비드 오에게 높은 점수를 주자 시청자가 이를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심사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래서 오히려 낮은 평가를 받은 백청강에게 시청자가 많은 지지표를 던졌다. 심사위원의 정서와 대중의 정서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구를 호평하거나, 누구를 혹평할 때 그 근거를 확실하게 대지 못하면 네티즌으로부터 역공을 받게 된다.

오디션 예능이 공정해야 함은 기본이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체체를 환호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나 심사를 받아들이는 대중이 이런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은 소신껏 심사하되 설득력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고, 대중도 좀더 여유를 갖고 심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관객석에서 나오는 야유는 정당화할 수 없다. 이런 상황으로 발전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100%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MBC ‘위대한 탄생’

▶결과 못지않게 과정과 흐름도 즐겨야=오디션 예능은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과정과 흐름을 즐기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과정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돼야 한다.

사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예능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원석’을 잘 다듬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지켜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참가자의 노력과 좌절, 실망, 심기일전, 재기 등의 변화를 감정이입하며 보게 된다. 이런 것은 참가자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많은 시청자가 실제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동일하다. 다만 오디션은 이런 감정이 극대화했을 뿐이다.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참가자의 우정 또한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많은 스토리가 발굴될 수 있다. MBC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의 참가자 중에는 도살장에서 일하던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오디션 예능은 지원자의 사생활과 아픈 상처 등도 보여준다. 그런데 오디션 예능은 그 자체가 시청률에 크게 좌우되는 방송물이기 때문에 밋밋한 상황을 그대로 내보내기보다는 편집을 통해 극적 구성을 가미하려는 유혹에 직면한다. 개인별 스토리와 예능적 요소를 부각시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MBC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들.

▶오디션 예능의 양자 균형이 깨진 결과는?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실력, 능력과 신뢰할 만한 심사 시스템이 볼거리나 스토리와 매치될 때 비로소 시너지 현상이 생긴다.

이 균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본래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위대한 탄생’이 톱3가 가려진 상태지만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게 한 예다. 멘토가 멘티를 잘 가르쳐 성장을 이뤄내고, 또 치열하게 실력이 검증돼 노래 부르는 모습이 발전해야 하지만 오히려 갈수록 긴장감과 기대감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결과가 뻔히 보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오래전부터 인기를 누려왔다. ‘아메리칸 아이돌’ ‘도전 슈퍼모델’ ‘브리튼스 갓 탤런트’ 등 시즌10을 넘긴 오디션 예능이 적지 않다. 이들 오디션 예능은 해당 분야의 등용문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켈리 클락슨, 제니퍼 허드슨, 캐리 언더우드는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안정적인 스타다.

한국 오디션 예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따라하기성 아류에 머물지 않고, ‘꿈’과 ‘상상력’‘스토리’를 ‘진정성’이라는 양념으로 잘 버무려 ‘멋진 기회’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감성 사회, 개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드림 소사이어티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길이다.

서병기 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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