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라는 최경주(42ㆍSK텔레콤)의 별명은 그의 플레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긴 것도 아니고, 신들린 퍼트를 구사하지도 않는다. 볼을 세우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신장도 작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거목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는 효율적인 골프를 한다.
티샷은 멀리 가지 않지만, 좌우편차가 크지않다. 여기에 정확한 아이언샷과 투어 정상급의 벙커샷은 그가 마음놓고 그린을 노리는 샷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미국의 골프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는 2008년 2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5위까지 올라갔을 당시 최경주의 스윙을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최경주는 ‘300야드 날리기’에 도전하는 대신, 2006년부터 손발을 맞추고 있는 스티브 반 스윙코치와 함께 비거리는 조금씩 늘리되, 어떻게 하면 임팩트때 파워를 극대화하느냐에 집중했다. 결론은 올바른 어드레스를 하는 것이다. 이후 최경주는 자신의 페이드 구질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고, 이후 더욱 견고하고 일관된 샷을 하게 됐다.
최경주는 업라이트한 자세로 어드레스를 하게 된다. 작은 신장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왼쪽 히프가 오른쪽보다 약간 높게 위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상체의 대부분이 볼의 뒤쪽에 가게되고, 이는 모든 힘을 임팩트때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반 코치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경주가 더욱 강해진 것은 페이드샷을 주 구질로 삼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샷을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까다로운 홀로 꼽혔던 17번홀(파3)에서 최경주가 마지막날 버디를 잡아낸 것은 드로 구질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반 코치는 최경주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경우 워터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 드로와 스트레이트성 구질을 바람에 따라 높고 낮게 구사하는데 포인트를 주었다. 결국 4라운드에서는 좌에서 우로 훅성 바람이 불었고, 최경주는 드로 구질로 바람을 이겨내 10피트 거리에 볼을 떨어뜨리며 버디를 잡을 수 있다.
최경주는 2007년 2승, 2008년 1승을 거두는 등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도 ‘메이저 우승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40세의 나이에 다시 스윙에 손을 댔다. 체중을 줄이고, 컴팩트한 스윙을 만드는 동안 슬럼프를 겪었지만, 결국 그의 끝없는 노력은 통산 8승이라는 값진 열매로 이어졌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