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정황은 PF대출금을 갚지못해 가압류된 아파트의 근저당권을 해지해 주기 위해 대전저축은행측과 협의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공문에는 부산 동래구 낙민동에 위치한 Y아파트의 가압류를 해지해줄 것을 대전저축은행 대표이사에게 요청하는 내용으로 4월 15일자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부산저축은행의 일방적인 요구를 대전저축은행이 거부했다. 아무런 담보도 없이 채권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근저당권을 풀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Y아파트의 시행사인 낙민건설은 27억원의 대출금 상환기일을 지키지못해 부도가 난 상황이다. 낙민건설에 대한 채권은 부산저축은행이 594억여원, 대전저축은행이 27억원, 전주저축은행이 48억원, 중앙부산저축은행이 21억여원으로 총 691억여여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낙민건설에 이어 시공사인 H건설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채권회수를 위해 1순위인 부산저축은행과 2순위인 대전저축은행이 각각 아파트 302세대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최근 대출금 상환계획에 합의하고 근저당권을 풀어주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아파트 등기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 대전저축은행에도 가압류를 해지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대전측이 압류해지를 거부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낙민건설측의 상환계획으로도 채권 691억여원 중에 367억3000천만원만 회수 될 뿐더러 이마저도 계획일 뿐이지 담보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부산지역 아파트들의 높은 공매가를 생각할 때 공매로 가는 것이 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또한 Y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의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는 부산저축은행의 공문내용에 대해 대전저축은행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요구가 충분한 근거를 가진다면 법적으로 가압류를 풀 수 있다”며 “부산저축은행도 영업정지된 상황에서 공문까지 보내와 압류를 풀어달라고 종용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 앞에서 피해 예금자들이 피해액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낙민동 Y아파트는 총 302세대 중 36세대만 분양이 됐고 나머지는 현재 전세로 전환되어 있어 등기를 원하는 분양 계약자들과 만기를 앞둔 전세 계약자들의 민원이 일자 부산저축은행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근저당권을 풀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채권 회수를 담보하지 않은 채 근저당권을 풀려고 했던 사실에 부산저축은행이 채권 회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채권회수를 위해 압류를 해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압류를 해지하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이 단독으로 압류해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명령이 여수신업무에만 국한됐기 때문이다. 채권 관리등의 업무는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에 의해 계속 진행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감원의 감독도 받지않고 압류를 해지하려한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이후인 4월 15일자로 대전저축은행에 부산 Y아파트 가압류를 해지해달라고 보낸 공문. |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한푼의 채권회수 없이 30건이 넘는 가압류를 해지한다는 것은 담당자들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추후 검찰 고발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채권과 관련한 근저당을 푸는 일 같이 중요한 일을 지금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저축은행 사후처리가 완료된 후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 관리인이 판단해 처리할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Y아파트 시행사인 낙민건설이 2006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총 942억여 원을 대출받으면서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빼돌린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의 고위층이 이 회사의 인감, 통장을 직접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낙민건설 신 모 대표이사도 소환해 공모여부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