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 앞에서 두 노인이 나긋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 쿠데타가 발발한지 반세기가 흘렀다. 당시 쿠데타가 시작되고 지하벙커가 자리했던 서울문래공원에서 ‘5.16 50주년 기념행사’가 16일 오전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문래공원은 아침 10시 40분께부터 이미 상당수의 노인들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한 70대 여성은 “의무적으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육영수 여사 얘기만 나오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문래동에 사는 이정생(69) 씨는 “고향이 구미다 . 매일 아침마다 이곳에 와서 박 대통령 흉상에 묵념을 한다”고 밝혔다.
예정보다 10분 늦은 11시 10분에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공원 한 쪽은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젊은 사람은 안내원과 기자들 정도였다.
멀리서 행사를 지켜보던 대학생 이모(27ㆍ당산동) 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사실 정치를 잘 몰라서 박 대통령이 5.16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여기 계신 분들이 거의 노인분들이라 그런지 일방적인 느낌도 든다”고 했다.
연사들이 연설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흘러나왔다. 마지막에는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김동주 대표 등 참석자들이 전부 만세삼창을 외치면서 1시간여의 행사가 끝났다.
관계자 측은 “어림잡아 1000명 정도 참석했다. 어버이 연합에서만 250명이 왔고 전국에서 차를 대절해서 올라온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민족중흥회 대전지역회 김준회(69) 상임고문은 “아침 8시에 대전에서 47명이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5.18 못지 않게 5.16도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날인데 5.16이 너무 외면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로 왔다”며 “국민의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기 힘들지만 꾸준히 활동을 계속한다면 분명 5.16도 모든 국민에게 환영받는 날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 @bigfoot27>bigf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