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실패로 빚더미
주가폭락유도 한탕 노려
황금만능주의사회 씁쓸
지난 12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발생한 연쇄 사제폭탄 폭발 사건이 주가폭락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일으킨 사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평소 시민의 발로 이용되는 대중교통수단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테러를 한 이유가 주식 때문이라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6일 서울역 한 지하 매장서 만난 직원 임모(여ㆍ26) 씨는 “주식 때문에 서울역에서 테러를 저질렀다니 황당하다”며 “돈이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폭발물 테러 이후 서울역에 배치됐다는 이모(23) 의경 역시 “당일에는 혹시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과 관련한 국제적 테러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주식 때문에 발생한 한 개인의 짓이라니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신촌역에서 만난 장모(34ㆍ증권사) 씨는 “애들 장난 같은 일이다. 북한이 핵실험해도 여파가 1주일을 채 못 가는 마당에서 부탄가스통 같은 것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며 “용의자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30ㆍ취업준비생) 씨는 “우리 사회가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의 안전과 생명까지 쉽게 생각하는 위험한 경쟁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폭발물을 제조한 주범 김모(43) 씨를 사건 발생 사흘 만인 1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에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강도 등 전과 8범인 김 씨는 지난해 7월 출소 후 5명의 지인으로부터 3억300만원을 빌려 주식선물거래에 투자했으나 실패해 빚 독촉에 시달리다 마지막 한방을 노리고 11일, 5000만원을 더 빌려 풋옵션(특정 일자에 주가가 폭락하면 이익을 보는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공공시설에서 연쇄 폭발사건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돼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폭발 현장에서 확보한 타이머가 경기 파주시 소재 H사에서 생산된 것임을 확인하고 구매자들을 파악한 끝에 물건을 구입한 이 씨의 신원을 확보했다.
실제로 12일, 주가는 44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증권 전문가들은 “폭탄 테러의 여파였다기보다는 일반적인 주식 흐름상 떨어진 것”이라 진단했다. 그러나 정작 김 씨 일당은 풋옵션 만기 5분 전에 옵션을 되팔아버렸고 이 과정에서 2000여만원을 손해 봤을 뿐, 정작 목적한 금전적 이득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ㆍ손미정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