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새벽 4시. 첫 희생자를 택했다. 팔달구의 아동복지시설에 들어가 생활지도 교사 A(26)씨를 범했다. 일을 치른 뒤 얼마인지 모를 휴대폰을 가져왔다.
이런 식이면 몇 차례가 됐든 걸리지 않고 성욕을 채우고 돈 몇 푼을 챙길 수 있을 걸로 김 씨는 봤다.
중간에 장애물이 생기긴 했다. 첫 번째 범행 여드레 뒤인, 6월 19일 폐종양으로 폐절제수술을 받게 된 것. 통증에 호흡곤란까지 있어서 마약성분이 들어간 진통제 등을 복용했다.
해가 바뀌자 나씨는 더욱 대담해졌다. 2010년 1월 12일엔 장안구의 한 주택에 들어가 20대 여성을 성추행 한 뒤 현금 14만원과 통장 7개, 신용카드 2장을 훔쳐 나왔다.
일주일 뒤 새벽엔 아예 도로 상에서 10대 여성 두 명을 상대로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 D(13)양과 E(12)양이 지나가는 걸 보고 “너희들 술마시고 담배 피우느냐”고 말을 건 뒤 신고하지 않을테니 따라 오라며 인근 건물로 끌어들였다. 이들에게 1만원씩을 준 나씨는 번갈아 성추행했다.
7개월여간 9차례 성추행.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 씨는 2월 11일, 피해자들의 잇딴 신고로 경찰의 좁혀오는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자신의 집에서 긴급체포된 그는 유치장에 갇혔다. 머리를 굴렸다. 폐제거수술을 했으니 숨쉬기가 힘들다고 경찰관들을 속였다. 갇힌지 7시간만에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3시간 뒤 김 씨는 자신을 감시하던 경찰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고, 이 틈을 타 수갑을 벗겨내고 도망쳤다.
김 씨는 이후에도 3월 5일까지 새벽시간 대 집에 들어가 집주인을 협박해 돈을 훔쳐 달아나는 패턴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강도강간·도주 등 무려 11개.
1심은 김 씨에게 징역 22년에 신상정보 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9년 5월 대구교도서에서 나온지 불과 20일 만에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고 성범죄는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죄질이 무거운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특히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때 우울증 등을 치료했고, 폐절제수술 뒤 약물 복용으로 심신이 미약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데다 수술 후 항암치료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도 김 씨에 대해 원심이 선고한 징역 17년을 확정한다고 15일 밝혔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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