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관이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위해 운전자 동의없이 채혈을 해 음주운전임이 확인됐더라도 이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 나모(60)에게 무면허 운전 혐의만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의자 동의없이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적으로도 영장없이 혈중 알코올 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뤄졌다면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여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다고 해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 중 음주운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1t트럭 운전사인 나씨는 2008년 6월, 술을 마신 뒤 전남 나주시의 영산포 일대에서 차를 몰고 가다 도로 우측의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논에 전복되는 사고를 냈다. 의식을 잃은 그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나씨의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나씨의 동서에게 동의를 얻어 채혈을 했다. 경찰관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혈중알코올농도가 0.255%라는 회신을 받아 나씨를 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은 나씨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다. 그가 2007년 12월에도 무면허운전으로 징역 7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과 2005년에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15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던 점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그러나 2심은 운전자의 동의 없는 채혈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요지로 무면허 운전 혐의만 인정해 벌금형으로 낮췄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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