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대학강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언 부장판사는 13일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홍보 포스터에 낙서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강사 박모(39)씨에 대해 벌금형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그래피티가 예술표현이라고 주장하지만 예술창작과 전시, 공연 등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 기본권이 아니다”라며 “공공물건 등 다른 창작물에 그림, 낙서로 훼손해서는 안되고 이번 사건의 경제손실이 적다고 하지만 G20 포스터는 재무적가치보다 홍보기능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G20 행사 자체를 방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한 점, 해학적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 G20 정상회의에 피해액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실형보다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박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모(29)씨는 지난 공판에서 “범죄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해왔으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 범죄의 사전계획, 실행에 기여해온 것이 인정돼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종로와 을지로, 남대문 등 도심 22곳에 G20 준비위원회가 설치한 대형 홍보물 22개에 미리 준비한 쥐 도안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정부의 행사홍보방식에 대한 반대 의견을 예술행위로 제시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그간 주장해왔고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예술적 풍자와 유머에 대한 관용을 보여야한다며 이달 초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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