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과 전혀 차이가 없어요. 3장 2만원에 드립니다. 정품 매장에서는 하나 가격이 5만원 가까운 거 아시죠?”
12일 저녁 서울 남대문 시장. 노점상에서 고가의 외국 의류브랜드 로고가 찍힌 내의를 판매하고 있던 젊은 남성 상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귀가 솔깃했다. 노점상에 가까이 다가서 물건을 이리저리 만져보자 제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고객님, 이쪽은 작년에 나온 상품이지만 꾸준히 나가고 있고, 이쪽은 올해 신제품이에요. 100% 면이라 착용감이 아주 좋습니다.값은 똑같고요. 이 옆에 있는 상품들은 2장에 만원인데,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캘빈클라인, 돌체앤가바나,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촘촘이 수놓아진 이들 제품에 대한 관심은 꽤 높았다. 노점상을 지나가던 일본인 남녀커플이 잠시 상품들을 만져보자 노점상 점원 입에서는 유창한 일어가 자동적으로 터져나왔다. 일본인 남녀커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슴없이 지갑을 열었다.
서울시가 특허청,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민ㆍ관 합동 조사를 벌여 서울 시내에서 짝퉁 명품을 판매하는 점포 111곳을 적발해 조치했다고 밝힌 다음날인 12일 저녁. 서울 남대문 시장의 짝퉁 명품 판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짝퉁 명품 단속이 실제 생활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단면들은 취재 기간 내내 계속 목격됐다. 남대문의 수많은 짝퉁 명품 판매 노점상과 매장을 지나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명동과 동대문 일대 밤거리로 옮겨가봤다. 이 일대도 여전히 짝퉁 판매의 온상이었다. 오히려 이곳에서 짝퉁 판매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일상적 풍경이었다.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아무 이의 제기없이 물건을 사고 팔았다.
명동에서 가방류를 판매하는 김모씨(38)는 “단속을 해서 걸리면 물건은 뺏기겠지만, 다음에 또 다시 하면 된다”며 “단속은 연례 행사고 단속되도 겁날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은 단속되더라도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단속반원들은 적발된 업소에 시정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리지만, 무시하면 그 뿐이다. 서울시 측은 시정권고 후 1년 이내에 다시 적발되면 고발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합동 단속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속 공무원들이 오히려 저기는 전에 했으니 다른 데 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짝퉁 가방을 사러왔다는 오모(37)씨는 “명품은 너무 비싸고 적당히 멋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쓸려면 짝퉁 명품이 가장 좋다”며 “공무원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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