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안민초교 ‘부모·자녀 함께하는 1박2일’
텐트 치고 가족깃발 만들고…학교 운동장 캠프 다양한 행사
자연스런 대화속 가족애 새록새록
7월2일 행사 앞두고 설레는 아이들
부산 안민초등학교 5학년 임현석 군은 오는 7월 2일 밤을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년 전 임 군은 아빠 손을 꼭 잡고 캠프를 떠났다. 아빠와 나란히 텐트에 앉아 별을 바라보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임 군은 아직도 생생하다. 임 군에게 추억을 선사한 캠핑 장소는 이름난 계곡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변도 아니었다. 바로 임 군이 늘 생활하는 학교 운동장이었다.
부산 안민초의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하는 활동, 1박2일’ 프로그램이 화제다. 안민초는 부모와 자녀가 운동장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운동장 캠프’를 비롯해 ‘안민 온천천 달빛 따라 걷기’ 같은 다양한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안민초등학교의 대표적인 학생-학부모 소통 프로그램‘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하는 활동, 1박2일’에 참석한 아이와 아빠들이 줄다리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1회 학교 운동장에서 열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부산 안민초] |
그러나 운동장 캠프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 운동장이라 다소 늦게 퇴근하는 아버지도 언제든 참석할 수 있다. 불가피할 경우 중간에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된다. 지난해 운동장 캠프 때는 약 100가구(약250명)가 참가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학교 김규화 교감은 “지역 주민들에게 소음 피해를 끼칠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선생님들 역시 낯선 곳으로 캠프를 떠나면 학생들 안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는데 학교에서 캠프를 하면서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곁에 두고 지나다니던 운동장이 그야말로 ‘숨은 진주’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캠프는 토요일 오후 5시 운동장에 텐트를 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가족 깃발 만들기, 저녁 식사 준비, 캠프 파이어와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이 어우러진다.
선생님들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다음날 캠프 마감 직전 수료증에 담아 간직할 수 있다.
운동장 캠프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부모님께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다. 부모들은 옛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자녀 친구의 부모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다.
김 교감은 “학부모님들이 평소 왕래가 없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쉽게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곤 했는데 이런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카메라에 찍어 다음날 캠프 마감 직전 수료증에 담아 건네준다. |
캠프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저마다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며 앞다퉈 학교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 같은 열기를 바탕으로 안민초등학교는 아버지만을 대상으로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어머니도 캠프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 명실상부한 학부모 참여 캠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캠프뿐 아니라 학교 인근 온천천을 따라 진행된 ‘달빛따라 걷기’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선선한 가을날 저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동안 부모님은 옛 추억을 들려주고 자녀는 꿈을 이야기하며 정을 쌓았다. 다만 너무 많은 학생이 참여하다보니 지역 주민에게 다소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는 억새풀길 걷기로 변경할 방침이다.
▶학부모들 돌아가며 아침밥도 챙겨=이 같은 특별한 행사 외에도 안민초등학교는 학부모와 학생 간 소통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1년 내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전 7시 반부터 운영하는 ‘아침돌봄 교실’이다. 자녀들 끼니를 제때 챙겨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따뜻한 엄마밥’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밥을 먹고 나서는 다함께 아침운동에 나서 활기찬 하루를 연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학부모 사서 도우미제’도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루 6~7명의 학부모가 오후 12시50분부터 7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자녀들에게 ‘어머니가 들려준 동화 이야기’ ‘그림책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 오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주 동안 읽은 책을 놓고 벌이는 ‘독서 골든벨’은 큰 인기다. 김 교감은 “도서관은 조용하고 경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털어내고 우리 학교 도서관은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가 언제든 모여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다”고 자랑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