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사제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누가 이 같은 범행을 무슨 이유로 저질렀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일단 폭발물 구조나 피해 정도로 미뤄 정치적 목적의 테러 범죄보다는 반사회적 감정을 드러낸 ‘묻지마’ 범죄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하기 쉬운 부탄가스와 전선 등으로 폭발물을 만든데다 파괴력, 피해범위 등을 볼 때 외국과 같은 테러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건 모두 철제 물품보관함을 손상시키는 피해만 있었을 뿐 인명피해가 없었고 서울역에서는 불이 나면서 연기가 피어오른 것에 그친 점으로 미뤄 범인이 폭발물 설계에 서툰 비전문가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을 두고 이번 사건이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려는 목적으로 벌어지는 중동지역의 폭탄 테러와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목적의 테러 사건에서는 특정 단체가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히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폭발물 사건은 그런 양상으로 흐르지는 않고 있다.
또 전문가나 테러조직이 아니더라도 부탄가스를 이용한 폭발물 제조 방법은 인터넷 카페 등에 퍼져 있어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경찰은 두 사건이 30분 가량 간격을 두고 연쇄적으로 일어났고 사건 현장에서 모두 부탄가스통과 전선이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이 확보한 서울역사 내 CCTV를 보면 이날 오전 5시51분께 어두운 색상·하의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가방을 둘러멘 남자가 물품보관함에 접근해 미리 가지고 온 또 다른 가방을 집어넣고 3분여만에 역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CCTV에 찍힌 시간을 감안하면 출근시간대가 아니어서 서울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30분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다만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사물함을 직접 비추는 CCTV가 없어 용의자 모습이 담긴 화면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범의 존재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경찰은 강남고속터미널과 서울역에서 각각 거둬간 잔해물을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비교 등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용의자의 얼굴 및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CCTV를 추가로 확보하려고 현장 인근을 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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