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밑과 강바닥에 퇴적된 오니를 제거하기 위한 정부공사가 허술한 관리규정 탓에 오히려 2차 오염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지방 해양경찰청은 최근 국내 퇴적 오염물질 수거업체들 가운데 일부 업체가 무허가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는 등 등록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해경은 부산 용호만 해저 오니 정화복원사업 과정에서 도급을 받은 A업체가 무자격 업체에게 불법 하도급을 준 사실을 포착,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이번에 적발된 A업체 외에도 이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향후 검찰의 지휘 여부에 따라 수사 범위가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처럼 해저 오니 수거업체들의 불법 하도급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 수거업체의 등록 절차가 허술하고 책임 당국의 관리감독도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다와 강바닥의 퇴적 오니 제거 때 2차 오염을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된 퇴적오염물질수거업의 업체 등록 절차가 허술하기 짝이 없어 업체 난립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법에서 규정하는 퇴적오염물질수거업 등록절차는 해당 업체가 설비를 갖춘 퇴적오염물질 전용 수거선, 양묘선을 마련하고 한국선급협회(KR)와 선박안전기술공당(KST)의 검사필증을 발급 받은 후 지방해양항만청에 수거업 등록 신청을 하면 된다.
퇴적오염물질수거업은 퇴적 오니를 걷어내는 준설작업을 할 때 오염물질이 주변으로 퍼지는 2차 오염 현상을 줄이고자 지난 2007년 정부가 해양환경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신설됐다. 2008년부터 등록요건을 갖춘 업체에 면허를 내주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수십여개의 업체가 등록된 상태다.
하지만 준설펌프 등 설비에 관한 허술한 규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규정에는 “퇴적오염물질 수거작업 시 부유물질의 발생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진공흡입식 펌프 또는 이와 동등한 성능을 가진 펌프를 장착한 선박”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퇴적 오니는 수거과정이나 준설과정에서 2차 오염이 쉽게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KR이나 KST에서도 2차 오염 방지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요건이 없기 때문에 설비 유무만 확인하는 정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퇴적오염물질수거업 등록업체 중 일부는 허술한 등록규정을 악용해 일반 준설선의 펌프로 오염물질을 수거하다 퇴적물이 주변으로 마구 퍼지는 2차 오염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준설장비와는 다르게 펌프 등 관련 설비에 대해 세부적이고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지만 현행 규정은 허술하다”며 “규정을 정비하고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양환경관리 법 취지에 맞는 업체를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당국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수거업체를 관리ㆍ감독하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퇴적오염물질수거업체 등록 규정의 경우 근본적인 취지가 해양환경보호이기 때문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보강을 해야 한다 ”면서도 “등록 규정에 대한 수정, 보완 등은 정부나 국토해양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업체 점검에 대해서도 “규정이 단순하게 돼 있어 기계 설비 등에 관한 부분만 점검하고 있다”며 “퇴적오니 수거 후 탁도계를 측정하는 등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