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와 주민소환제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 서명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게 양 날의 칼이 되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40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서울시의회가 주도해 통과시킨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저지’할 수 있고, 서울시의회 입장에서는 80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서울시장을 해임할 수 있다.
양 측 모두 바라는 대로 필요한 수만큼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의지를 관철시키면 정치적으로 승리하게 되지만, 그게 아닐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된다. 차이점은 각각 받아야 하는 40만과 80만이라는 숫자뿐이다. 즉,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의회간 40만명대 80만명의 표(서명)얻기 싸움이 지방선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미덕인 정치의 영역에서 상호간의 대화가 지지부진하자,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측은 각자 지지자들의 세를 불려 표 대결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나서고 있다.
11일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1주년이 되는 7월 이후에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실시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직권남용이나 부당행위 등 하자 발생시 주민들이 서명을 통해 발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소환은 취임 1년이 지났거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시ㆍ도지사의 경우 유권자의 10%이상, 기초단체장의 경우 15% 이상 주민서명을 받으면 주민소환 청구가 가능해진다.
전체 유권자가 약 836만여명인 서울시에서는 10%에 해당하는 약 84만명의 주민서명을 받으면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된다. 유권자의 3분의 1인 270만명이 투표하고 그 중 135만명이 찬성하면 시장은 해임된다.
한편,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불거진 시ㆍ시의회간 무상급식 갈등 사태는 무상급식 저지를 위한 주민투표로 비화되고 있다.
오 시장을 지지하는 보수 시민ㆍ사회단체 연합체인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월 초부터 무상급식 저지를 위한 주민투표 발의를 위해 올 8월을 기한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주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5%인 42만여명의 시민이 서명하면 발의된다. 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명자가 25만명을 돌파했다. 기한 내 42만여명으로부터 서명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본부 측은 최근 서울광장 등에 고정 서명대를 설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민소환제 발의의 성공 여부에도 우려가 제기되나,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개 자치구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승록 민주당 서울시의원 대변인은 “11일 시의회의장의 발언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서울시장의 의회 출석 거부에 대해 강한 불만과 개선 의지를 표출한 차원에서 봐 달라”며 “(주민소환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