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을 둘러싸고 권력기관 간 진실게임 혹은 파워게임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당사자는 서슬퍼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그룹 등 저축은행의 경제비리 발본색원에 들어간 대검 중수부는 서민경제의‘신용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할 이들 금융당국의 심장부에 ‘1월 25일의 진실’을 파헤치겠다며 칼 끝을 정조준했다. 왜 하필 ‘1월 25일’일까. 그렇지 않아도 저축은행 관련 전·현직 직원들의 비리가 고구마 캐듯 드러나 벼랑 끝에 선 금융당국은 무엇 때문에 발끈하는 것일까.
▶檢, “부산저축銀 영업정지 방침 1월 25일 세워”진술 확보…금융당국 정조준=중수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부산저축은행의 ‘특혜인출’은 사실상 1월 25일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밝히며 수사 대상 확대 방침을 전했다. 추가 수사 범위로 ‘1월 25일’이후 ‘5000만원 이상’ 예금 인출자를 지목했지만, 초점은 금융당국에도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1월 25일’ 열린 금융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 공동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 에서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관계자가 덧붙였기 때문. 그는 “금감원 직원 조사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받아냈다”고 했다. 영업정지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사람이 이 TF 안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실상 특정한 셈이었다.
앞서 검찰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특혜인출’ 수사는 영업정지 전날(2월 16일) 마감시간 이후 예금 인출자가 대상이었고,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있는 공무원 집단으로는 ‘2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금융위 주최 긴급회의(금감원·저축은행 관계자 포함)가 꼽혔었다. 수사 기준점이 ‘2월 16일’에서 ‘1월 25일’로 바뀌면서 금융당국과 고위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게 됐다.
애초 ‘특혜인출’ 사건에서 공무원 연루가 확인되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검찰로선 수사의 밀도를 높이고 형사처벌 대상 넓힐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서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사건에 바짝 고삐를 죄면 여론을 등에 업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중수부 폐지안의 무효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검찰은 하는 걸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사건에 관해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금융당국과 전면전으로 중수부의 존재가치를 천명하겠다는 포석이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끈하는 ‘금피아’...“그 날엔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 논의”부인=검찰의 도발(?)에 금융위·금감원·예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맞섰다. 가뜩이나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금융감독권 분산 등을 논의하는 금감원 개혁 TF가 가동돼 조직 전체가 와해 위기를 맞고 있는 터에 ‘특혜인출’을 촉발한 사전 정보 유출의 진원지로 지목되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 이들의 주장은 ‘1월 25일’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방침을 세운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날이라는 데 모아진다.
금융위는 “지난 1월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로 구성된 TF가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에 대응해 매일 오후 지속적으로 예금인출 규모가 큰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동향, 유동성 현황 등을 개별 저축은행으로부터 보고받아 왔다”며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한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 등 유사시를 대비한 시장안정 대책을 계속 논의해왔으며 1월25일에도 이와 유사한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공식 해명했다.
금융위는 이어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이 저축은행의 지속적인 예금인출 동향 및 유동성 상황 점검을 계속 해오던 중 2월16일 상황을 점검한 결과 더 이상의 예금지급이 어렵게 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예금자의 권익이나 신용질서를 해칠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2월17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원ㆍ윤정현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