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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죽음의 계곡(40)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유호성과 김지선이 허니문이나 보내듯이 달콤한 꿀통 속에 빠져서 헤매고, 유민 회장은 현성애에게 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권도일은 보란 듯이 쓱싹거리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도종호 상무의 안내를 받아 드디어 거성자동차 회장 2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순간인가. 그는 재벌 2세를 앞에 앉혀놓고 장차 출전하게 될 5개국 관통 랠리의 입상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는 중이었다. 다행히 재벌 2세는 자동차 경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아버지와 달리 아직 그는 젊은 피가 용솟음치는 나이였으므로.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 차로 달려서 승부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감동받겠지요. 따라서 거성자동차로 승부를 보자는 말씀에 적극 찬성합니다. 문제는 튜닝을 얼마나 잘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권도일이 웅변하듯 이렇게 열변을 토하자,

“우리도 그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권도일 씨의 아버님… 권일주 사장의 튜닝 실력입니다. 권일주 사장의 협조만 받을 수 있다면 이번 랠리에서의 입상은 떼놓은 당상입니다.”

재벌 2세는 이렇게 응수했다. 그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점잖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해의 폭도 넓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덕목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권도일의 튜닝 실력에 대해서는 확신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권도일의 부친인 권일주를 들먹일 수밖에. 하지만 권일주는 베트남 크루즈 선에서 당한 사고로 인해 반신불수의 불구자가 되어 있지 않은가.

“저는 드라이버지만 제 아버님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튜닝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버님의 혼을 이어받았다고 장담하는 바입니다. 거성의 어떤 차량이든 괴물로 만들어낼 자신과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요? 믿어볼까요?”

“믿어주십시오.”

“좋습니다. 믿지요. 우리 차를 강인하게 튜닝해서 출전하십시오. 저 역시 드라이브 실력과 튜닝 실력을 고루 갖춘 권도일 씨의 입상을 자신합니다. 그런데….”

재벌 2세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커피를 한 모금씩 천천히 들이마신 후에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입상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환호하지 않을 것 같단 말에요. 국민들의 마음을 일시에 사로잡으려면… 까치의 외인구단처럼… 지지리 못난 놈이 결국엔 승리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외인구단? 3류 인생들이 모여서 야구단을 만들고, 그들이 결국 우승하게 된다는 만화내용을 재현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권도일 씨는 우리가 30년이나 50년 전에 만들어낸 똥차를 끌고 나가서 입상해야만 합니다.”

“똥차요? 이를 테면 클래식 카를 타고 출전하라는 말씀이신가요?”

“클래식 카는 무슨… 그냥 똥차지요. 하지만 철 지난 우리 똥차들 중에도 나름대로 멋진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1962년에 생산했던 삼륜용달차라든지, 1968년에 만들어낸 크루이저 픽업 등은 지금이라도 타고 달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런 차를 몰고 가서 입상하라는 명령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똥차를 몰고 가서 승리해야만 국민을 희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똥차를 타고 나가세요. 그리고 승리하세요. 그러면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들겠지요. 그런 후에 당신과 친하다는 자동차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을 내게 소개해 주십시오.”

똥차의 승리를 몰아 크리스 뱅글을 만난다? 재벌 2세는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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