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개월 차인 윤혜민(30ㆍ회사원)씨는 최근 비염과 감기 증상이 심해지면서 걱정이다.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생기는 일시적인 비염이라 생각해 보지만 임산부만 노린다는 ‘신종 폐렴’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윤씨는 “이번에 사망한 여성도 처음에는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내가 그런 병에 걸리겠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신랑도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재촉한다. 다음 주 정기 검진 땐 태아 상태 뿐 아니래 내 몸 상태도 정밀 점검해봐야겠다”고 걱정했다.
임산부들만 노린다는 신종 폐렴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의 임산부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미 7명의 임산부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0일, 30대 중반의 산모 한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신종 폐렴은 초기에는 기침과 호흡곤란 등 감기증상과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한다. 이 환자들은 이후 기도를 중심으로 생긴 염증이 양쪽 폐로 급속히 퍼져 폐가 단단해지는 폐섬유화증이 나타나며, 이후 뇌와 심장, 간, 콩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다장기 손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원인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이 산모를 진료한 병원은 환자가 앓은 폐렴의 종류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8명 환자 중 단 2명에게서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코로나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양상을 보인 폐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 바이러스가 변종 바이러스인지는 검사를 통해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야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울산대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으로는 특발성(원인미상) 간질성 폐렴이 있지만, 사망자처럼 건강하던 사람이 짧은 시간 내 급속히 폐섬유화가 진행되는 양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원인을 몰라 치료가 어려운 상태라 현재는 대증요법 위주의 치료로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발병 후 급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질본측은 아직 이 병이 전염성이 강하다는 증거는 발견된 바가 없다며 확산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