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곽모(35)교사는 요즘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 스스로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원리와 공식의 유도 방법등을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은 “빨리 책장을 넘기고 문제 풀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 대놓고 얘기한다. 이미 학원에서 2~3년 이상 선행학습을 마친 상태라 수업에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2년 이상 반복되다 보니 곽 교사조차도 수업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잃어 버렸다. 그는 “어차피 학원에서 배울 것은 모두 배우고 온 아이들이라 수업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선행학습을 안해 온 일부 아이들은 해온 아이들을 보며 주눅이 들어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결국 학기 중반이 넘어가면 이 아이들도 학원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모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모(48) 교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학생들에게 시나 문장을 가슴으로 읽고 다양하게 접근해 보라고 가르쳐도 학생들은 학원서 가르쳐준 글의 주제나 감상 포인트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뿐이다. 특히, 전날 밤 학원서 11시, 12시까지 ‘자율학습’을 마치고 온 아이들은 오후가 되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만다. 다그쳐봐도 떨어지는 고개에는 장사가 없다.
이러다 보니 수업에 대한 집중도나 이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교육개발원이 지난 2003년부터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교육 실태 및 조사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중학교 3학년 학생의 20% 정도가 국어시간에 수업시간의 절반도 안되는 20분 이하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수업시간 전부에 해당하는 41분이상 수업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학생은 고작 17.8%에 불과했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여서 2009년 고등학교 2학년생의 71.35%가 국어 수업시간 중 30분 이상 집중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수업시간이 학원에 가기 전 ‘쉬는 시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 꼴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김포 양곡고의 엄민용 교사(사회)는 “학생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판단ㆍ결정하지 못한다”며 “이런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대학교에 진학해 다른 학생보다 뒤쳐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