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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간병한 아내에 이혼 요구…법원이 제동
이순(耳順)을 넘긴 남성이 암 투병 중 자신을 간호한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A씨는 10여 년 전 퇴직하고 나서 자기 이름으로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아내 B씨가 일을 도왔는데 부부는 운영방식을 두고 자주 다퉜고 결국 A씨는 사업체를 아내에게 명의이전해주고는 주말에 취미활동을 하면서 소일했다.

젊은 시절부터 술을 좋아해 폭음을 했던 A씨는 이 때문인지 몇 년 전에 간암 판정을 받았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한 B씨는 병원비를 내고 통원 치료 시 동행하거나 항암 식단을 준비하는 등 간병했다.

하지만 A씨는 투병생활이 무료하다며 춤을 배우러 무도장에 드나들기 시작했고 여기서 만난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교제까지 했다.

아내가 이를 눈치채고 나무라자 A씨는 도리어 불만을 품고는 급기야 가출했다. 수개월 뒤 A씨는 잠시 귀가했지만 이내 가족이 가지고 있던 돈 수천만 원을 들고는 다시 집을 떠났다.

A씨는 몇 년 뒤 ‘아내가 인색하게 굴었으며 간암 환자인 내게 모질게 대하다 다른 여성과의 관계를 의심해 집에서 내몰았다’고 주장하며 이혼 소송을 냈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들 부부의 결혼이 파탄 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설사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더라도 A씨의 잘못이 크기 때문에 이혼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박종택 부장판사)는 “부부가 수년째 별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A씨의 나머지 주장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고 B씨가 남편의 귀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자녀도 이혼에 반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 관계가 파탄 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9일 밝혔다.

이어 “설사 이들 부부 사이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하더라도 다른여성과 교제해 갈등을 야기했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가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파탄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이기 때문에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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