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으로 산삼을 캐러 다니는 이들을 가리켜 ‘심마니’라고 한다. 산 속을 헤매다 만난 산삼을 앞에 두고는 “심봤다”라고 외치는 모습은 이미 TV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잊혀질만하면 들려오는 외침에 한가지 궁금증이 인다. 국내 전문 심마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박성민 한국산삼연구협의회 상임이사는 심마니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정통 심마니들은 종교적이었고, 신성하기까지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전 심마니들이 대부분 문맹이다보니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그들의 생활과 노하우가 전승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추정하는 심마니는 전국적으로 수십명에 불과하다.
심마니들이 얘기하는 ‘선몽’(先夢)은 자신이 발견한 산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심마니들이 선몽에 기대는 경우는 절대적이었다. 흔히 “몽을 받았다”고 표현하는데, 선몽을 받기 위해 치성을 드리고, 언행도 조심했던 것이 심마니들 사이의 관례였다.
선몽을 받고 입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러는 입산 이후에 선몽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인마니(대장 심마니)의 통솔에 따라 1주일에서 보름간 몽을 받을 때까지 산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좋은 산삼을 발견하는 이들은 꼭 꿈을 꿨다고 전했다. 용이 승천하거나 비어 있던 외양간에 소가 들어오거나 돼지가 치마 밑으로 들어오는 등 소위 길몽이 산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했다.
반면 심마니들은 뱀꿈을 금기시해서 이미 입산을 했더라도 꿈에 뱀이 나타나면 서둘러 하산했다고 한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산삼을 발견하는 것도 오롯이 심마니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전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는 어디든 발견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음지식물인 산삼의 경우 과거 산에서 땔감을 구해다 쓰던 시대에는 동북방향에서야 발견됐지만, 이제는 남향에서도 발견된다. 국가 차원에서 산림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산삼이란 연수가 오래 되고, 크며, 사람의 형상을 한 모양새까지 따져 그 품질을 매긴다.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채취된 산삼의 80% 정도가 전문 심마니에 의해 세상에 나왔으나, IMF 이후에는 투잡이나 주5일제 영향으로 산삼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었다. 박 이사는 중국 등지에서 밀수되는 인삼이 산삼 고유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마니라는 전통적인 삶의 한 양태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정부에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 산삼 채취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심마니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취로사업을 통해 전국의 산에 인삼씨를 뿌리고 관리한다면 고려 인삼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산림청과 환경부에서 산삼에 관한 논의가 좀 더 있었으면 바람이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