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논란에 휩싸인 배우 한예슬로 인해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 판결은 가해자가 사고 뒤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주는 등 구호조치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유·무죄를 결정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한예슬이 피해자를 치고 난 뒤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주는 등의 절차를 밟았는지가 관건이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예슬은 지난 2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삼성동 자신의 집 근처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진입하던 중 주차장에 서 있던 도모(36)씨를 백미러로 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사고 직후 한예슬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다. 한예슬과 피해자 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피해자 도씨는 한예슬이 사과 한 마디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예슬은 신원을 확인시킨 뒤 도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이후 매니저를 통해 합의를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의 진위는 경찰조사에서 가려질 전망이지만, 가해자가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연락처 남겼다면 뺑소니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판결해왔다.
대법원 2부는 최근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다 한 아동과 충돌한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ㆍ도주차량)로 기소된 안모(5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씨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괜찮다”라는 말을 믿고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3부는 교통사고 합의를 보던 중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음주운전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잠시 현장을 떠났다고 되돌아 온 가해자 이모(30)씨는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고 최근 판결했다. 이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주고 대화하던 중 출동한 경찰관을 피해 현장을 이탈했다가 20분가량 뒤에 되돌아와 피해자와 1시간 가량 합의를 시도한 만큼 도주한 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연락처만 남겼으면 사고현장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뺑소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배우로서 대중에 얼굴이 잘 알려진 한예슬로서는 사고 당시 차 창문을 열어 피해자에게 신원을 확인해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찰이 이 부분을 사실로 확인할 경우 ‘뺑소니’혐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사고 지점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주차장이라는 점에 비춰 한예슬에게 ‘뺑소니’가 혐의가 아닌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