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에 대한 불법대출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는 검찰 수사가 계속될수록 황당한 일들이 견제장치 없이 벌어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여년간 외부로 노출되지 않던 은행의 비위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걸 빌미로 임원을 협박해 1인당 수억원을 챙긴 직원들이 덜미를 잡히는가 하면 박연호(61·구속)회장 등은 2년 전에도 200억대 배임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었다는 게 추가로 확인됐다. 서민들 예금으로 돈 잔치를 한 ‘막장 금융 드라마의 종결자’라고 할 만하다.
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박연호 회장 등 그룹 대주주와 임원의 비위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수억원씩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최모(여)씨 등 부산저축은행 퇴직 직원 4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 등은 퇴직을 전후해 은행 임원들에게 “알고 있는 비위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뒤 입막음 대가로 각각 5억원 정도씩 20억원 넘는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은행의 자금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은행의 비위사실 폭로를 무기삼아 돈을 받아낸 직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의 경제범죄는 양파껍질 벗기듯 추가되고 있다. 박 회장 등 그룹 임원 5명은 모 골프장 사업 등과 관련해 임직원 친척 명의로 SPC를 세운 뒤 사업성 검토 없이 200억여원을 대출해 은행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2009년 기소됐다. 김양 부회장은 엄모 전 울진군수에게 2억5000만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2심은 뇌물 혐의만 유죄로 보고 배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저축은행의 업무범위를 넘어선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상호저축은행법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박 회장 등 대주주들은 캄보디아 등 해외사업 투자 관련해서도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추가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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