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들 2500명 시위
“성매매특별법 폐지하라.” “우리도 이 나라 국민이다. 우리의 인권도 존중하라.”
지난 4일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 2500여명이 자리에 주저앉아 거센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나오면서도 얼굴을 꽁꽁 싸맨 젊은 여성들은 낮보다 밤이 더 익숙한, 성매매를 하는 일명 ‘성 노동자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뙤약볕을 견디면서 “매번 연중행사도 아니고 집중 단속이라며 왜 가만히 있는 우리 목을 조여오는 것이냐”며 분노에 가득찬 말들을 토해냈다.
이날 집회의 주축이 된 이들은 서울 영등포의 집창촌에서 성매매업을 하는 여성들이다. 영등포 집창촌은 최근 몇 년간 인근에 위치한 타임스퀘어와 관련해 몇 번의 기대감과 실망감이 교차하는 부침을 겪어왔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타임스퀘어를 지을 때만 해도 주변 미관을 해치는 집창촌을 사들일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백화점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이 같은 기대감은 이내 사그라졌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세계 매입설’이 고개를 들었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52) 씨는 “지난해까지도 신세계가 집창촌 부지를 사들인다는 얘기가 꽤 구체적으로 나왔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영등포 집창촌에 돌아온 것은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경찰의 집중 단속이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살 길 마련 없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항의의 표시로 경찰이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매일 오후 9시부터 치장을 마치고 홀에 나가 손님들을 기다리며 시위 아닌 시위를 벌였다. 성매수 남성들이 발걸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 한 달여간 계속되자 수입에 타격이 왔고, 결국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영등포 집창촌은 보상을 놓고도 건물주와 포주, 성매매 여성들의 각자 다른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건물주들은 신세계백화점 측이 집창촌 부지를 사들일 것이란 기대감에 평당 가격을 실제 가격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뻥튀기하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포주나 성매매 여성들은 부지가 비싼 값에 넘어가더라도 손에 들어오는 수익이 딱히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정부가 당장 생계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지에 기대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거리로 나온 모습을 본 시민들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집회를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췄던 강모(30ㆍ여) 씨는 “같은 여자로서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며 “그래도 성매매특별법은 국가가 제대로 정책을 시행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현정ㆍ손미정 기자/kate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