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세갈래로 진행돼 날카로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칼끝은 ▷이 그룹이 10여년간 불법을 자행했음에도 이를 적발하기는커녕 눈감아 준 것으로 드러난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흘러간 은행 자금의 종착역 확인과 환수조치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후 예금 ‘특혜인출’ 등 3가지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수사 동력 확보 차원에서 그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부산지검으로 이원화돼 있던 수사 채널을 대검 중수부로 일원화했다. 금융감독원의 구조적·고질적 병폐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제범죄를 묵인해 온 윗선까지 드러날지가 관전 포인트다.
▶금감원 관계자 내주부터 줄소환=검찰은 지난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대놓고 금감원의 감독부실을 지적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부동산 시행사업에 직접 뛰어든 2001년부터 금감원은 수 차례에 걸쳐 은행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정기·부분검사를 진행했지만, 수박겉핥기식이어서 은행 부실화의 중대한 원인이 됐다는 것. 중수부 관계자는 “120개 SPC의 대표이사가 모두 ‘바지사장’에 불과했고 복수의 SPC가 동일 사업장 투자를 위해 수천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에 대해 제대로 검사만 했더라도 불법 대출의 전모는 충분히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검 중수부는 다음주부터 금감원의 저축은행 지휘라인에 있는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부실검사와 관련해 비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SPC로 간 자금, 정관계 로비로 사용?=검찰이 특히 눈여겨보는 대목은 4조5942억원에 달하는 은행 예금이 흘러들어간 SPC가 이 돈을 어디에 썼느냐 하는 것. 검찰은 이 그룹이 자체 설립한 10개의 SPC를 통해 대부분 캄보디아 부동산사업에 집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외사업 투자액은 총 5230억원으로, 이 가운데 95%인 4965억원이 PF대출 형태로 캄보디아 신도시·공항고속도로 개발사업에 투자됐으나 현재 대부분의 사업은 중단됐다. 검찰은 통상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짧은 기간의 ‘브릿지론’ 형태로 이뤄지는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대출 기간이 길어 불법대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게 금감원과의 유착 혹은 금품로비에 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중간수사 결과가 은행의 돈이 SPC로 불법대출된 점을 파악한 것이라면 이제 초점은 SPC의 돈 사용처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SPC 등 법인자산을 빼돌리거나 대주주·임원진의 재산은닉 행위가 밝혀질 경우 추가 기소 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특혜인출’ 수사도 본격화=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특혜인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부산·부산2·대전저축은행에 검사 등 40명의 수사인력을 급파해 영업정지일 전날 마감시간 후 예금 인출자에 대한 신원확인과 인출경위를 살펴본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는 현재 관련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말에도 이들 은행에 수사진을 보내 관련 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며,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을 ‘특혜인출’하는 과정에서 예금주와 은행 직원간 금품제공·수수 정황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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