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들어 극장가엔 가족애를 다룬 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엄마, 어머니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들이 대세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시작으로 ‘써니’가 4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내달엔 ‘마마’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외화로는 ‘마더 앤 차일드’가 가세했다.
한국영화에서 ‘엄마’는 낯선 이름이나 소재가 아니지만 시대상에 맞춰 여성과 모성을 보는 시선은 몇 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최근엔 가족 속에서 잊혀졌던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와 이름을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엄마, 당신의 이름과 역사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영화 ‘써니’는 모성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지금 40대~50대에 이른 ‘엄마세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80년대 중반 칠공주파로 늘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던 7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여고시절 당시와 25년 후인 지금의 삶을 교차시켜 가면서 담아낸다. 현재는 안정된 중산층 가정의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주인공이 나머지 6명의 여고시절 단짝을 찾아 만나는 과정이 영화의 줄기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80년대 풍경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자명하다. 여성들에게는 가장 찬란한 시절 중의 하나인 여고시절을 통해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살아왔던 삶에 잊혀졌던 꿈과 ‘이름’, ‘역사’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모녀가 함께 관람하기에는 맞춤이다.
내달 개봉하는 영화는 아예 제목이 ‘마마’다. 어린 아들을 키우는 불치병에 걸린 젊은 엄마, 유명성악가지만 딸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엄마, 암에 걸렸지만 노년에 첫사랑을 찾겠다고 우기는 엄마 등 3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각각 엄정화, 전수경, 김해숙이 역할을 맡았다.
외화 ‘마더 앤 차일드’는 딸이거나 엄마인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딸을 낳자마자 떠나보낸 엄마, 태어나자마자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딸, 아이를 낳지 못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엄마, 여성이냐 모성이냐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에서 그리는 엄마상도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뚜렷하게 바뀌어왔다. 크게 보면 한 극단에는 성적 욕망과 독립적인 자아실현을 가진 ‘여성’으로서의 엄마가 있고, 또 한편에는 전통적인 가족형태 속에서 헌신과 희생을 감당했던 ‘모성’으로서의 엄마가 있다.
그 한편에선 자식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자식을 잃은 댓가를 세상에 되돌려주려는 ‘분노한 모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친절한 금자씨’와 ‘오로라 공주’, ‘6월의 일기’ ‘세븐 데이즈’가 있었고 ‘마더’에서 절정에 달했다.
최근엔 다시 전통적인 가족관계 속에서 헌신과 희생의 존재로서 모성에 대한 경의를 표하거나 한층 더 친숙하게 엄마를 묘사하는 쪽으로 흐름이 회귀하고 있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상징하는 이 경향은 에세이와 공연으로도 선보인 박진희, 김해숙 주연의 ’친정엄마’나 최강희, 김영애 주연의 ’애자’ 등으로 이어졌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