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의 폐채석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시신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
50대 남성이 한적한 야산 8부 능선 지점에서 나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져 발견된 자체가 국내.외를 통틀어 보기 드문 엽기적인 사건인데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쉽사리 판별하기 어려운 정황때문이다.
4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사망자 김 모(58)씨는 지난 1일 오후 6시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한 폐채석장에서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십자가(十) 형태의 나무틀에 매달려 두 발에는 대못이 박히고 두 손에도 못이 박힌 상태로 발견됐다.
두 발의 못은 원형 그대로였으나 두 손에 박힌 못들은 못대가리 없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또 김씨의 머리는 가시 면류관 형태의 물건을 둘렀고, 오른쪽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10여㎝ 찌른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기독교 측에 알아보니 십자가에 못 박힌 김씨의 상태는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처형 당시와 유사했다”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엽기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일단 경찰은 김씨 사망경위를 두고 자살과 타살, 자살 방조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수사중이다.
경찰은 숨진 김씨의 옆구리에 상처가 있고 십자가 형태의 나무에 못 박혀 숨진채 발견돼 당초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전문가 감식결과,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사망자 손에 난 상처와 발에 생긴 상처모양이 다른 점에 주목하고 그 이유를 조사하는 한편, 김씨의 손이 전기드릴 등의 공구로 구멍을 뚫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힌 못에 끼워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북청 관계자는 “시신 상태를 볼 때 타살 가능성이 있지만 현장상황상 누군가 도와주거나 김씨 혼자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사건이 특정 종교와 관련됐는지 여부도 관심을 끈다. 김씨는 숨지기 전 거주지 주변의 한 전직 목사를 찾아와 종교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직 목사는 “김씨가 광(狂)적인 종교관을 갖고 있어 기독교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일상생활 이야기만 나누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가 생활한 천막 안에서는 십자가 제작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면, 붕대 등에 손을 걸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순서 등을 적은 메모가 발견됐다.
김씨의 딸은 경찰에서 “메모의 글씨는 아버지 것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죽음이 전형적인 자살 형상이 아닌 탓에 타살로 보였으나 자살도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제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경위와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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