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화합의 훈풍
‘부처님 오신 날’(5월 10일)을 앞두고 종교계에 화합 훈풍이 뜨겁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9일 명동성당에서 법정스님 추모영화 시사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서울 각 지역 성당에는 석탄일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앞다퉈 내걸리고 있다. 천주교에 비해 폐쇄적이었던 개신교계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에 축하화분을 보내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열린 태도’를 보여 종교계가 비로소 완연한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성북2동 천주교 성북동성당에는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1일 내걸렸다. ‘이웃사촌’인 길상사에 보내는 축하메시지다. 성북동성당의 신부와 신자들은 8일에는 축하 난(蘭)을 들고 길상사를 직접 찾을 예정이다. 성북동성당의 김명섭 주임신부는 “몇 년 전부터 석탄일에 봉축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데 신도들의 반응이 좋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이웃의 경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시작한 일로, 이런 일들이 쌓이면 서로 갈등도 치유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길상사의 ‘또 다른 이웃’인 성북동 덕수교회도 길상사에 축하화분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북동성당과 길상사, 덕수교회의 소통은 ‘종교 화합’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며, ‘타 종교 끌어안기’의 물꼬를 트고 있다. 이들은 부처님오신날, 성탄절을 서로 축하해주는 것은 물론, 2008년부터는 인근 지역 불우 청소년을 돕는 바자를 함께 열고 있다.
성북동에서 불기 시작한 종교 화합의 훈풍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가은성당, 대전시 선화동 빈들감리교회, 서울 수유1동성당도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빈들감리교회 교우들은 공주 계룡산 동학사 인근에도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삼성동성당도 올 들어 처음으로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대전교구 합덕성당의 주일학교 초ㆍ중등부생들은 부처님오신날에 조를 짜서 인근 사찰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밖에 개신교 진보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도 잇달아 사찰을 찾는 등 화합을 다지고 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최로 9일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열릴 법정스님 추모 다큐영화 ‘법정스님의 의자’ 시사회는 벌써부터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조계종 총무원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김 추기경 추모영화 ‘바보야’를 상영한 것에 대한 답례 차원의 행사다. 시사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주교단,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같은 종교계 화합 열풍에 대해 덕수교회 손인웅 담임목사는 “종교 간 갈등은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고 존중하면 이해의 폭이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