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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례 좌담회>“경제적 불평등 없애야 고성장…대·중기 동반성장이 핵심”
수출ㆍ내수 간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는 우리 경제는 경제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수기반 확충을 통한 균형성장이 없다면 성장잠재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을 점검하는 전문가 세미나를 진행 중인 헤럴드경제는 그 두 번째 주제로‘ 내ㆍ외수 균형성장과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선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전략과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이 핵심과제로 꼽혔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연중 기획‘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의 두 번째 세미나가‘ 내ㆍ외수 균형성장과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임종룡(오른쪽부터) 기획재정부 차관,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백웅기 상명대 부총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사회=내ㆍ외수 불균형 성장의 원인 및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이하 임 차관)=우리 경제 GDP 대비 수출 비중은 52.4%로, 미국 12.5%와 일본 15%는 물론 수출경쟁력이 큰 독일의 46%보다도 높습니다. 내수ㆍ수출 간 불균형이 지속되면 대외 경기 변동에 취약해지고 첨단 기술과 격차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과 격차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성장동력을 찾기도 힘들어집니다. 또 수출-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가 경제 부문별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백웅기 상명대 부총장(이하 백 부총장)=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받습니다. 일례로 1980년 제2차 오일 쇼크로 우리 성장률은 마이너스 1.9%로 떨어졌고, 98년 외환위기 때 마이너스 5.7%를 기록하는 등 외부적 충격에 취약해 경제성장률의 큰 변동성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 환율의 불안정성이 가장 컸습니다. 수출은 거시적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인데, 국제 교역량 증가와 함께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환율 상승에 힘입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을 낮게 유지한 것도 원인입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이하 김 부원장)=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제조업 분야의 성과를 통해 높은 경제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 경제 시스템으로는 향후 성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주된 요인으로 서비스산업의 저성장이 꼽힙니다. 외환위기 전에는 해외 송금의 규제 등을 통해 제조업 수출로 인한 수요가 강제로 국내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금융 개방이 되면서 해외 소비로 유출이 되고 있습니다. 생계형 서비스업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들이 사회 저소득계층이 되고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사회=내ㆍ외수 균형 성장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중요한데, 어떤 부분을 키워 나가야 할까요.

▶임 차관=내수 부문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서비스산업으로, 여기에는 구조조정과 육성이 혼재돼 있습니다. 서비스 부문에는 음식ㆍ도매ㆍ숙박업 등 과당경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서비스가 있고, 교육ㆍ의료ㆍ기업 서비스처럼 육성해야 하는 서비스의 전혀 다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그간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과당경쟁 업종의 구조조정은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사회적 불안과 갈등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망을 채워가는 것이 정부가 할 중요한 몫입니다. 반면, 육성해야 할 분야는 정부는 돈도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규제 완화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장 손쉬운 부분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예를 들자면 2009년 5월에 해외 환자 유치 규제를 풀었습니다. 2008년 해외 환자 수는 2만7000명인데, 2009년 6만명으로 뛰었습니다. 규정 하나 고치는 것만으로도 육성이 가능한 예입니다.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인데, 최근 비상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만 해도 관련 업종 종사자들 때문에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힘들고, 왜 해야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선례를 만들어서 국민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 개방 병원도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며 공익적 측면에 대한 우려를 줄여가면서 단계적ㆍ전략적인 ‘스텝 바이 스텝’ 전략이 필요합니다.

▶김 부원장=의료 투자 개방 법인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의료는 보완하고 그 위에 마케팅 측면에서 하이엔드 쪽 의료산업을 키우자는 이야긴데, 왜 공공성이 발목을 잡습니까. 하이엔드 마켓은 난치병 치료처럼 연구ㆍ개발인력이 엄청나게 투입이 되는 분야입니다. 임상에 대한 연구를 더 한다든지 해서 기초 연구에 집중해 전 세계 의료의 허브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현재 뛰어난 인력들이 환자를 보느라 연구할 시간이 없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요.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의료의 해외 진출 활성화도 필요합니다. 지금 의료 플랜트가 해외로 나가니까 이를 두고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자기네 관할이라도 다툼을 합니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형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해외에 병원을 짓고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 광업권을 줄 테니까 가져가라고 하는데, IB가 함께 진출해 처리하는 메커니즘이 없는 현재로서는 이런 걸 회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 관광산업은 중앙정부의 획일적 정책보다 지방정부가 육성하고 키우는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지방에 서원, 종갓집 많은데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이런 곳들을 어떻게 유용화ㆍ상품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회=트리클다운(Trickle-Down Effectㆍ적하 효과)이 잘 안 된다고 하는데,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백 부총장=제조업이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없으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그래서 서비스업에 눈을 돌립니다. 그럼에도 지속적 기술 혁신으로 제조업을 끌고 가야 합니다.

수출 잘하는 제조업 쪽을 보면 전자ㆍ반도체 등 수입 의존이 많아서 트리클다운이 안 됩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대기업-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고용 창출력이 높지만 영세한 규모가 많고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기술력이 부족합니다. 수출을 잘하고 있는 대기업과 능력은 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잘 엮어줘야 합니다. 이게 잘되면 대기업은 중기의 우수한 부품을 납품받아 품질 향상이 되고, 그러다 보면 납품 단가가 올라가겠지만 소비자들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수준까지 와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직접적 지원보다는 세제상의 혜택 등 금융 지원이 중요하고, 기술 혁신 잠재력이 큰 창의적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 직접 수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여지도 큽니다. 지금 중국에 부품소재를 많이 수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될 순 없고, 자칫 실기를 하면 엄청난 타격이 올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사회=부품소재산업 부문의 취약성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임 차관=수출과 내수는 경제구조를 형성하는 이분법이긴 하지만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대체하는 관계라기보다는, 수출은 수출대로 커 나갈 수밖에 없고 내수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대하면서 균형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수출은 민간에 맡겨놔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지속되겠지만, 내수 분야는 관심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내수와 수출의 연계성을 키워야 하는데, 그간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내수에 적하 효과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역시 부품소재의 취약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봅니다. 가령 IT 쪽이 성장 주도하는데, 설비 투자 수입률, 중간재 수입률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서 배 정도입니다. 결국 우리 경제에 떨어지는 몫이 적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부품소재를 성장시키면서 확대 균형이 이뤄져야 합니다.

부품소재 문제는 결국 중소기업의 문제입니다. 수요구조를 탄탄하게 해 중기가 개발한 기술의 안정적 판로를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R&D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그간 많은 정책과 노력에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국, 일본처럼 기술 개발해서 쫓아가겠다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도록 세계 시장의 MA&A를 통한다든가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부원장=부품소재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독일 제조업과 조금 다릅니다. 원가비용ㆍ부가가치 기준 등으로 보면 독일은 디자인ㆍ광고 등 서비스 부문에 투입비용이 높습니다. 독일이 통계상으로 보면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것 같지만 제조업 내에 서비스 기능이 있고, 서비스직종 종사자도 굉장히 많습니다.

부품소재산업이 육성되고, 제조업에 기업 지원 서비스가 더해지는 식으로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수출이 잘되고 내수 부문도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는 하청 생산구조입니다. 대기업이 해외 오더를 따오면 하청받는 식으로 현재는 기업 지원 서비스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습니다. 대기업은 조직이 크니까 인하우스 등으로 해결을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돼야 합니다. 현재로선 하청밖에 없으니까 악순환구조가 반복되는데, 중기도 탈(脫)하청하고 선순환구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어디를 끊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리=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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