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이 아무리 룰을 잘 알고 있다 할지라도 본인이 처한 상황에 압도되면 알고 있던 규칙조차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해저드에 볼이 들어 갔을 때 지면에 클럽을 대면 2벌타를 받게 되는데, 프로들이 이 규칙을 위반하여 가끔 벌타를 받기도 한다. 작년 미셸위가 KIA클래식 대회에서 이 룰을 위반해 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중요한 건 룰을 위반했을 때 프로들이 취하는 태도다. 프로라 하더라도 벌타를 받게 되었을 때 나오는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본인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벌타를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방이 보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속이고 그냥 넘어가고자 하는 프로들도 있다.
그에 더해서 선수가 룰 위반을 했을 경우 동반 플레이어가 그것을 지적하고 클레임을 걸면 상대방과 원수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못본 척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굳이 잘못을 찾아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벌타를 받은 선수 측의 항변이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이 오히려 배려가 없다며 몰아붙이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의 과오를 묵과하는 것도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골프는 룰의 사각지대에 빠진다. 룰이 존재하는 한 선수는 룰을 위반한 것에 대해 벌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선수들은 오히려 잘못을 감추려 하고, 마커를 비난하니 공정성이 우선되는 스포츠의 정신이 사라진 셈이다.
다른 운동과 비교했을 때 골프는 선수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제 골프도 20대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선수들의 나이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교에 갓 입학하는 선수들이 프로가 되어 훌륭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이 더 향상된 기술과 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향상된 기술과 함께 스포츠인이 가져야 할 건강한 정신도 함께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 해도 부정 행위가 있거나 규칙을 지키는데 문제가 있으면 존경받는 선수는 될 수 없다.
우리나라 프로들이 스스로 룰 적용에 엄격하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잘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