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웅진에너지ㆍ폴리실리콘 회장)은 이날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이사회 직후 브리핑을 갖고 “오늘 이사회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총장 거취문제는 발전방안을 만들고 나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40여년전 카이스트의 설립목적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고,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입학정책, 장학정책 등도 모두 포함해 이번 기회에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수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직장에서 동료를 위할 줄 아는 따뜻한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학사운영 개선안에 대해 “아직 교수와 학생의 의견이 모이고 있지 않아 내용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의견이 모아진 다음에 완성된 보고안을 갖고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며 “해당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는 “오늘 학교 측이 보고한 학사운영 개선방안은 완성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사들이 대외비로 하기로 하고, 회의자료를 회의장에 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
| 최근 카이스트(KAIST) 사태와 관련, 15일 오전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카이스트 긴급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오른쪽)이 학교관계자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16명 중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대표를 제외한 15명(화상회의 참석자 1명 포함)이 참석해 개회에 앞서 자살한 학생에 대한 짧은 묵념을 올렸다. 이사들은 최근 자살 사태와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ㆍ영어수업 축소 등 학사운영 개선 방안을 학교 측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조정남 이사(SK텔레콤 고문)는 미리 나와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서울대 나왔는데 그때도 자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자살은 안타깝지만 그것 때문에 개혁을 멈출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당연직 이사인 서 총장은 검은 양복과 근조 리본을 착용하고 참석, 모두 발언을 통해 “카이스트는 다른 대학과 달리 과학고, 영재고 등을 조기 졸업한 인재가 모인 곳인만큼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총장은 회의장 입장과 퇴장 때 시종 굳은 표정으로 일관한 채 ‘현재 기분’ ‘거취 문제’ ‘자살 학생 유족에게 한 마디’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편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곽영출 카이스트 총학생회장(물리학과 07학번)은 이사회 현장을 기습 방문해 “학교가 마련한 학사ㆍ복지 개선 대책에는 학생 사회 전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영어강의 개선안도 검토없이 공지됐다. 차등 등록금제를 완전 폐지하고 학교의 각종 위원회 참여에서도 학생들의 실질적인 의결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사회가 끝난 뒤 곽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영어강의 개선 등 우리들의 요구안에 대해 이사회에서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어 당혹스럽다”며 “내일(16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서 총장의 답변을 기다리겠다. 답변 결과를 보고 (서 총장)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신상윤ㆍ김상수ㆍ박수진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