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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케케묵은 지역감정? 스크린서 만나니 구수하네
“내가 사위한테 마이 바라는 건 없다. 전라도만 아이모 된다.”

한눈에도 ‘경상도 남자’의 호방하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면면에 흐르는 예비장인이 으름장을 놓듯 선언한다. 말쑥한 서울말로 위장한 전라도 청년은 가슴이 뜨끔한다. 100% 순종, 뼛속까지 전라도민인 이 청년은 경상도 집안의 금지옥엽 딸을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을까.

호남과 영남,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의 지역감정은 우리 현대사에서 비극을 상징해왔지만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희극의 소재로 빌려왔다. 경상도로 넘어와 ‘해태껌’을 찾는 전라도 남자와, “해태껌은 없다, 껌은 롯데껌”이라고 주장하는 가게 아줌마의 실랑이처럼 지역감정을 경쾌하게 다뤘다. 희극의 소재로선 상당히 성공적이다. 걸죽한 호남과 영남의 사투리도 표준어로 했다면 밋밋했을 대사를 훨씬 맛깔지고 재미나게 한다.

때는 지역감정이 더욱 심했던 80년대 말. 주인공 ‘현준’(송새벽)은 ‘현지’라는 여성적인 필명으로 순정만화를 그리는 작가다. 펜팔로 사랑을 엮어가던 상대는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 결혼을 재촉하는 아버지의 성황에 못 이겨 큰 맘먹고 짐을 싸 다홍의 집으로 무작정 향한다.

그런데 다홍의 집은 “죽었다 깨어 나도 전라도 사위만은 안된다”는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 현준은 서울말씨 특별과외를 거쳐 세련된 서울 청년으로 위장하고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한 대작전에 들어간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영화 ‘청담보살’을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은 사투리와 양 지역의 문화차이가 빚어내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영화 전반에 잘 배치했다. 다소 산만한 구석도 눈에 띄지만 개성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출연배우가 시나리오를 120% 이상 살려냈다. ‘전라 진영’의 송새벽 김응수 박철민은 모두 실제 전라도가 고향으로 제대로 된 사투리를 구사한다. 반면 ‘경상 진영’의 백윤식 김수미 김정난 이시영은 타 지역 출신으로 구성됐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송새벽 특유의 소심하고 여성적으로 보이면서도 국어책 읽듯 또박또박 발음하는 연기스타일이 인물과 썩 잘 어울려 매번 큰 웃음을 자아낸다. 복싱대회 우승으로 인기가 폭등한 이시영은 밝고 씩씩한 경상도 여성 역할을 썩 잘 해냈다.

3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세월이 가면’ ‘이밤을 다시 한번’ 등의 노래도 반갑다. 12세 관람가. 31일 개봉.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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