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적이 없다. 마당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데 탁월하다. 순박한 사투리와 적당한 욕지거리(?)까지 섞은 말투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하기에 충분하다. 그와 표준말로 대화한다면 의례적이거나 아직 거리감이 남았다는 의미다.
이순우 신임 우리은행장. 그가 우리은행의 수장으로 선택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능력을 갖춘 조화와 인화의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그는 은행업무로 잔뼈가 굵은 정통 뱅커다. 은행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쟁 열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처럼 행장하기 힘든 자리도 없다’는 게 금융권의 통설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자리다. 정부 소유 은행이다보니 임직원들의 몸엔 부지불식간 공기업적 행태가 배였다. 이로 인해 영업력은 약화됐다. 잦은 CEO교체와 단기 실적주의가 빚어낸 심각한 부실도 감당해야한다.
이순우 신임 우리은행장의 취임 일성은 ‘민영화’였다.
지주의 민영화 없이는 대표 자회사인 우리은행 역시 치열하게 전개될 영업전에서 1등으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은행권이 4강체재로 재편돼 치열한 영업 전쟁을 치러야하는 현실 속에서 조기 민영화를 이뤄 독자적인 영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행장이 된 그의 첫 번째 임무다.
리딩뱅크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또 과거 자주 발생했던 지주 회장과 행장의 불협화음을 없애고 지주 회장과 발맞춰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민영화 이외에도 이 행장 해야할 숙제는 많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은행의 생존을 위한 5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고객 제일’과 ‘현장 경영’, ‘정도 영업’,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 ‘리스크관리와 자산클린화’ 등이다.
이중 무엇하나 놓칠 수 없다는 게 이 행장의 욕심이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을 막느라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세계화와 현지화 역시 우리은행이 글로벌 대표 은행으로 성공하기 위해 이뤄야할 과제다.
드러내지 않지만 그의 웃는 눈매에서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카리스마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제 그는 은행내에서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다.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줄 때가 왔다. 이 행장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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