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해박한 국내외 금융 노하우와 인맥에 놀라고 국제수준인 ‘입담’에 또 한번 놀란다.
공직생활 30년 동안 자가용이 없다는 사실에 또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곧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현 정부 들어 꼬박 3년을 채운 역대 최장수 1급이라는 꼬리표를 마침내 내려놓게 됐다.
행정고시 24회로 재무부에 첫발을 들인 뒤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주저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통화스와프 체결을 꼽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날 안전판이었던 한ㆍ미, 한ㆍ중ㆍ일 통화스와프 체결의 막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울러 주요 20개국(G20) 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코뮈니케 작성을 주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밑거름이 됐다.
오랜 국제사회 경험으로 국제인맥이 두텁다.
클레이 라우리 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는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며, 리용 중국 재정부 차관은 한국 부인을 맞이한 아들 결혼식 때 축하 화환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 재무차관을 역임한 시노하라 나오유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와는 통화스와프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 분담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애증이 교차한 사이로 지금은 매우 친하다고 전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금융분과장으로 맹활약해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로부터 ‘4명의 최고 협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의 타고난 유머는 고비 때마다 통했다.
리먼 사태 여파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손을 잡고 “스와프가 필요하다(We need swap)”고 했을 때 순간 분위기가 굳어지자, 신 내정자가 “아내를 바꾸는 스와핑은 아니다(Not wife swap)”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KBS의 ‘개그콘서트’는 해외 출장 때도 꼭 본다고 귀띔했다.
이런 친화력으로 그의 주위엔 늘 사람들이 모인다.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단골이다.
한편으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란 사실에 자부심이 크다. 재무부 출신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와는 호형호제 사이다.
그는 사실 국내금융에서 잔뼈가 굵었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등을 맡아 금융정책 전반을 다뤘다. LG카드 매각 등 ‘카드 사태’를 수습했고, 대우 부도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종종 부인(이진주 씨)과 함께 버스를 타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유가 시대에 좋지 않나요?”라며 싱긋 웃었다.
그는 “국제금융은 군 생활과도 비슷해 평상시 훈련이 잘 돼 있어야 위기 때 빛을 발한다”면서 “부채는 위기 땐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으니 단기든, 장기든 적을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