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자스민혁명에서 이집트 코샤리혁명까지 민주화 혁명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행처럼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21세기 무혈 혁명의 불씨를 제공한이는 다름아닌 각국의 권력자와 관련된 미 비밀외교문서를 공개한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다.
평소 “권력자들의 수프에 침 뱉는게 전 좋아요”라고 말했던 줄리언 어산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그와 관련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지 ’슈피겔’의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가 쓴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1세기북스)는 몇년동안 어산지와 접촉해오며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외부인의 시각이다.
이들의 입장은 호의적이다.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들로부터 정치적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위키리크스를 새로운 정치주체의 출현으로 본다고 본다.
특히 어산지의 어린시절 얘기는 그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어산지의 어린시절은 전형적인 히피세대인 68세대 여성인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반항아였던 크리스틴 어산지는 열대의 섬에서 모든 인습을 거부하는 삶을 살았으며 늘 비키니 차림으로 지내고 온종일 아름다운 해안에 머물며 자연과 조화롭게 일치된 가운데 아이를 키우려 했다.
크리스틴의 연애행각도 다채로왔다. 그중 어산지를 암울한 유년시절로 빠져들게 만든 이는 음악가이자 ‘난폭한 사이코패스’로 줄리언에게 인식된 해밀턴. 줄리언의 엄마는 결국 두 아이를 데리고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도주여행을 하게 된다. 해밀턴은 당시 호주에 여성교주가 이끄는 사이비 종파의 패밀리 일원으로 크리스틴가족을 끈질기게 뒤쫒았다. 결국 크리스틴은 공식적으로 사회보장번호를 바꾸고 한동안 가명을 사용했는데 어산지가 16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멈춘다.
이렇게 도망다니며 살아가는 생활속에서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거나 친구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 어산지는 자신이 모두 37번 학교를 옮겼다고 말한다. 크리스틴의 교육은 반권위주의적 교육이상에 충실한 것이었다.
어린시절 어산지는 책읽는 재미에 빠져 공공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살다시피했다. 그러다 1980년 중반 집 근처 전자상가에서 최신기술을 만나게 된다. 어산지를 매료시킨 베이지색 볼품없는 상자는 일명 브레드박스로 불리는 코모도어64였다.
크리스틴이 아이의 관심을 알아차리고 350달러를 들여 컴퓨터를 사주었을 때 줄리언의 나이는 열세살이었다. 이 첫 컴퓨터는 소심한 성격의 십대 소년 줄리언 어산지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때부터 어산지는 머리가 명석했는데 또래 아이들의 평균 지능이 100인데 비해 그의 지능은 늘 146에서 180사이로 나왔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여성복지시설에 기거했으며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신세였지만 디지털세계속에선 하나도 문제되지 않았다.
어산지는 나사에 대한 웜공격이후 1990년 가택수색이 임박하자 어머니집을 나와 장학재단 프로그램에서 사귄 여자친구와 함께 무단 점거자들 무리에 합류, 열여덟살 직후 그녀와 비공식적인 결혼식을 올린다. 어산지보다 한 살어린 신부는 그해에 사내아이를 낳았다.
저자들은 어산지의 사생활 외에 미디어로서의 위키리크스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어산지가 혜성처럼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이를 가장 바라지 않았을 사람들, 즉 서방 정부들과 특히 워싱턴 미국 정부의 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점점 더 많은 국가기밀들을 만들어내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것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득이되지 않는다며 위키리크스와 같은 아이디어는 이제 시대의 요청이라는 것이다. 또 이같은 단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정보유통방식이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위키리크스의 전 대변인이자 2인자인 다니엘 돔샹트 베르크가 지은 ‘위키리크스’(지식갤러리)는 위키리크스에 관한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심사다. 2010년 9월 사이트 운영의 투명성 부족과 어산지로의 권력집중화 등을 이유로 위키리크스를 떠났지만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하지 않은 상당수 비밀 문서를 쥐고 있기도 하다.
여기엔 위키리크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얘기들이 많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운영자, 관리자, 대변인이지 결코 지하조직의 전투원이 아니다. 우리는 자료를 기다릴 뿐 요구하거나 직접 해킹하지 않으며 어떤 지령도 내리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위키리크스의 ‘누구 누구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면 기꺼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몇몇이름은 그 실체를 모른다. 실존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줄리언 어산지의 또 다른 이름인지. 가령 제이 림은 법률 담당자다. 제이 림? 이름만 보면 중국사람 같다. 중국 반정부단체 회원으로 위키리크스 설립에 참여했다는 주장도 듣긴 했는데, 아무튼 나는 한번 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
어산지의 여성 취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다.
줄리언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머릿속을 지배하는 특정여자는 없다는 것. 그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즐겨 평가하는 다리나 가슴 엉덩이에는 관심이 없다며 줄리언은 손목, 어깨, 뒷목 같은 디테일을 살폈다고 털어놨다.
“줄리언은 ‘죽여주는 가슴같은 식의 평가는 절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 여자는 아름다운 광대뼈를 가졌어. 아주 우아해 보여”식으로, 단 한마디도 여자들에 대해 외설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재정적인 운영의 투명성이나 폭로방식, 제보자 보호, 어산지의 과대망상증 등 부정적인 내용들도 있지만 어산지에 대한 애정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