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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방극장, 삼삼오오 ‘중년 바람’ 났네
"아이돌에 식상함 느낀…40대 이상 주시청층에…반가움으로 어필"
MBC '놀러와'  세시봉 친구 이후

토크쇼 등서 필수 구도로 자리매김

오랜 경험으로 자기만의 ‘스토리’ 보유

진솔하면서 무겁지 않게 전달

유사분야 출신들 ‘카테고리화’

다양한 에피소드·배틀구도로 재미 선사도



‘황금어장’ CP 인터뷰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황금어장’ 원만식 책임프로듀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 게스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의 소위 ‘프라임타임’ 주시청층이 40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원 CP는 “이 시간대 TV를 시청하는 분은 보통 40대 이상으로 인터넷을 즐겨하는 세대는 아니다”며 “이들의 취향이 점차 중년층 출연자를 선호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세바퀴’의 시청자 가운데 40대 이상 시청층은 54%에 이른다. 50% 이하이던 40대 시청층이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두 번째는 결국 주요 시청층인 40대 이상 중ㆍ장년층 시청자가 10~20대 위주의 아이돌 스타에게 식상함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프라임타임의 예능 프로그램에 주요 출연진은 인기 아이돌 스타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어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출연자에게 상대적으로 식상함을 느꼈다는 것.

얼마전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10대 또래 아이돌이 경쟁하듯 출연해 섹시댄스 배틀을 벌이고, 서로 비방전을 펼치는 광경은 지상파 3사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 CP는 “지난해 ‘놀러와’에 출연했던 세시봉 특집이 기폭제까지는 아니었지만 30여년 만에 함께 TV에 나온 것을 보고 시청자가 반가움을 느꼈다. 특히 세대를 불문하고 젊은층이 봐도 편안하게 보기 좋은 프로그램이 된 것”이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의 출연과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corp.com



‘5060’ 예능프로서 맹활약

요즘 예능이 갑자기 늙어졌다. 그동안 뒷방 취급받던 중년이 예능에서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MBC ‘놀러와’ 세시봉 친구편의 성공 이후 생긴 현상이다. 단순히 복고와 추억 상품의 성격이라고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놀러와’는 24일 ‘전설의 미녀스타’라는 타이틀로 김창숙 차화연 김청 금보라 김진아를 출연시켰다. 평소 예능의 프라임 타임대에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평상시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얼마전에는 악역 전문 배우로 정평난 최정우 김학철 김병옥 손병호 윤제문 임형준이 출연한 ‘나쁜 아저씨’ 편으로 꾸며졌다. 오는 31일에는 세시봉 2탄을 방송한다.

조영남은 공개녹화 형식으로 진행된 세시봉 두 번째 편에서 송창식-윤형주-김세환팀이 1월 한 달 동안 무려 17개의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혀 1탄이 엄청난 반응을 야기했음을 전해주었다.

조영남은 “작은 행사는 제외하고 어느 정도 사이즈를 갖춘 행사만 17개”라면서 “원래 우리는 1~2월에는 행사가 없는 비수기여서 노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중년이 무리짓는 이유?

‘놀러와’뿐만 아니라 ‘라디오스타’에는 심형래 김학래 엄용수가 출연해 큰 웃음을 선사했고,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노주현-이영하, 금보라-유지인-이계인팀이 출연했다. ‘밤이면 밤마다’도 1회 손님은 조영남과 이경실이었다. 중년이 대거 나오는 ‘세바퀴’가 지난해 베스트 프로그램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세바퀴’는 MC와 고정 출연자 등 주축이 중년인데도 MBC 예능물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우용녀 임예진 이경실 조혜련 조형기 등 중년 연예인이 있어 TV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김정렬 서승만 등이 나와도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예능에서 중년그룹은 티격태격해도 친해서 그렇다는 것으로 이해해 줄 수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것을 본 적 없는 젊은 세대는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중년이 나오는 예능은 전과는 다른 한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사람씩 개인적으로 나오지 않고 무리를 지어 출연하고 있다. 출연자의 공통분모를 끄집어내 타이틀로 거는 ‘카테고리화’다. 이를 제작진은 기획섭외라고 이름붙였다.

공백기 없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잘 나가는 중년인 60년생 이경규, 58년생 조형기, 59년생 김흥국의 활동이 주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중년의 강점,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중년 한 사람은 재미가 없지만 유사한 분야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이들을 묶어 출연시키면 토크가 활기를 띨 수 있다. 함께 부대낀 세월의 흔적과 문양이 젊은 세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짙고 다양하다. 젊은 스타나 아이돌 가수를 출연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대화가 나온다.

심형래 김학래 엄용수는 서로 묶어놓으면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배틀 구도로도 재미를 선사했다. 50대 아저씨 셋이 ‘우뢰매’와 ‘홍콩 할매귀신’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고 서로 귀엽게 싸운다. 30~40년 절친만이 가능한 개그가 무심코 드러난다. 엄용수는 “하루도 안 싸운 적이 없다. 그렇다고 헤어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예능에서 아이돌 가수와 젊은 배우, 예능 출연이 직업인 예능MC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예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재미있을 법한 토크를 전략적으로 구사했지만 시청자에게 별로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삶에 바탕한 진한 인생이 묻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정성도 빠져 있어 시청자와 심정적으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럴수록 토크 버라이어티의 토크는 점점 자극의 강도가 높아졌고, 폭로성의 이야기가 많아졌다. 토크쇼는 인생을 듣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는 외면당했다.

예능은 이제 중년을 재발견해주는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중년을 모아놓으면 늙수그레하고 칙칙한 느낌이 강할 것으로 생각한 건 기우였다. 의외로 인생의 힘이 느껴지고 무게감도 있었다. 세스봉 친구들은 음악과 토크의 기막힌 조화를 보여주었다. ‘티격태격 하모니’라고나 할까.

▶중년을 모아놓기만 하면 성공할까? 아니다. 수평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중년을 모아놓으면 무조건 성공할까. 그렇지 않다.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중년을 받들어모시는 수직적인 냄새가 약간 난다. 이경실이 나와 은연 중에 “나 선배야”라는 느낌을 주는 건 소통을 이뤄내기 어렵다.

세시봉 친구들을 보면 매우 수평적이다. 64세인 김세환은 아직도 막내이며, 지금도 함께 모이면 형들의 입담에 좀체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하지만 사실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개성을 보장받는다. ‘까도남’ 윤형주는 ‘럭비공’ 조영남 선배에게 수시로 들이대 조영남 천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철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각자가 ‘스토리’를 가졌다는 점은 ‘스토리텔링의 시대’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TV 토크쇼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쟈니윤쇼’를 비롯해 ‘주병진쇼’ ‘서세원쇼’는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요즘 대중은 토크쇼에서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인터넷에 다 널려 있다. 연예인에 대한 사적인 정보부터 루머까지 온갖 팩트가 넘쳐난다.


이제 대중은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을 통해 일반인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세바퀴’의 선우용녀와 임예진을 연예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60대, 50대 일반 아줌마로 보고싶어 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연예인 출연자와 동일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중년은 단순히 걸쭉한 농담을 털어놓게 하는 게 아니라 무게와 체면을 벗고,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자신의 삶을 진솔하면서도 덜 진지하게 풀어낸다면 얼마든지 젊은이와 소통을 이뤄낼 수 있다. 50대인 김학철이 무명시절 부업으로 옥편을 팔았던 경험을 들려준 건 인생 스토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예능에서 중년이 부상한다는 사실은 이 땅의 중년 시청자에게도 문화의 중심에 들어와 즐길 권리를 부여하며 변화와 희망과 부활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 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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