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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연예기획사와 성범죄
연초부터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보도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연예계에 이러한 고질적인 범죄가 없었으면 했는데 말이지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여고생인 가수지망생을 성폭행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기획사 대표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 기획사 대표는 ‘스폰서에게 줄 성관계 장면이 필요하다’ ‘이탈 방지용 나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피해자를 강요하여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나체 사진 등을 찍었다고 하네요.

피해자가 아직 19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을 범한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더욱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 기획사 대표는 ‘스폰서와 관련, 충분한 설명을 한 뒤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뻔뻔스럽게 항변을 했다고 합니다.

설령 형식적인 동의를 받은 경우라 해도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하여 부당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였거나, 다른 지망생들도 당연히 거쳤던 과정이라는 등 피해자를 속여서 동의를 얻어낸 것이라면 역시 강간이나 강제추행죄로 처벌함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위 기획사 대표는 나체사진 등을 찍은 것으로 보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반포죄에도 해당될 여지가 있습니다.

스폰서니 이탈 방지니 하는 참으로 고전적인 사기 수법들. 이제는 B급 성인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잊을만할 때 다시 터져 주는군요.

걸그룹의 인기가 대세인 요즈음, 연예인을 지망하는 여중생 여고생들이 참 많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부모님들도 자녀들의 연예인 준비를 오히려 지원해 주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연예인 지망생과 기획사의 숫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늬만 기획사이고 실제 연예기획에 대한 역량이나 지식도 없는 자들을 가려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기획사는 그 대표가 무능하여 연예인을 제대로 서포트 해줄 역량 자체가 없거나 사고방식 자체가 이미 글러먹은 곳이 많습니다.

연습, 촬영, 오디션 등을 이유로 연예인 지망생에게 금원을 계속하여 요구하거나 방송사나 외주업체의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며 별도의 금원을 요구하고 술자리 동석을 요구하는 경우, 사생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필요 이상으로 사생활에 개입하고, 정작 기획사 대표를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경우이든 불러내는 경우 등이 바로 이러한 무능하거나 못된 기획사들입니다.

이러한 못되먹은 기획사들이 난립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대책들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본 변호사도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법률과 윤리에 대한 강의를 기획한 바 있고, ‘연예인 등록제’에도 관여한 바 있습니다. 연예인이나 연예인지망생을 등록하여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제도인데 계속하여 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의 연예인 및 연예콘텐츠가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뻗어나갈 날이 멀지 않았는데요. 스폰서니 이탈방지니 보험용이니 성접대니 하는 구태의연한 단어들이 연예계에서 말끔히 사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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