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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훈도 현빈도...대중문화계에 ‘정의’ 열풍
대형 콘서트장을 연상케하는 하버드대 강의실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숙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학생들과 토론을 진행한다. 안방극장에 앉은 시청자들도 수십권의 책을 예습한 하버드대 학생들 옆에 앉아 샌델 교수와 보이지 않는 토론을 벌인다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방송ㆍ문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EBS의 ‘하버드 특강 - 정의’는 자정에 가까운 방송 시간에도 평소의 2배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 김장훈, 배우 현빈 등이 던지는 정의에 대한 나름의 답변도 신년 밥상머리를 달구는 최고의 화젯거리다.

지난 3일부터 4주간 총 12회 ‘정의’ 시리즈를 방송하는 EBS는 첫 방송이 나간 지 48시간 만에 방영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당초 자정 무렵의 편성 시간이 너무 늦다는 불만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11시 10분으로 편성시간을 바꾸자마자 시청률은 1.5~2%까지 뛰었다.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담당 PD의 트위터는 첫 방송이 끝난지 하루 만에 팔로워가 2배 이상 급증했다.

‘하버드 특강 - 정의’를 기획ㆍ연출한 권혁미 PD는 “평소 밤 10시대에는 40~50대 남성 시청층이 두터운 편인데 ‘정의’ 시리즈는 30대 여성을 포함한 시청자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 평소 절실히 필요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BS는 ‘정의’ 시리즈의 재방송을 전격 편성했고 DVD도 출시할 계획이다. 


서점가에서 방송가로 넘어온 정의에 대한 물음표는 가수ㆍ배우 등 대중문화 인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가수 김장훈은 18일 서울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제 1회 고교생 정의 캠프’에서 나눔의 정의에 대해 답을 내놨다. 그는“내가 1조원을 낸다고 해서 소외계층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천원을 아진 사람이 1천원을 가진 사람에게, 1천원을 가진 사람은 5백원을 가진 자에게 나눠주는 세상이 궁극적인 이상”이라고 밝혔다. 벤담과 로크, 칸트를 언급하지 않아도 지금 이 자리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정의 세상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그는 확신했다.

최근 화제가 된 배우 현빈의 해병대 입대도 일각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와 맞물려 해석하고 있다. 청문회마다 터져나오는 정치인들의 병역 비리,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에 신물이 난 대중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그의 해병대 자원 입대를 신선하게 바라봤다. 이번 이슈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반면 병역 부문의 ‘정의’를 공적 담론에 올려놨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력 위주의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대중의 심리는 올해도 오디션 열풍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허각, 존박, 장재인 등의 스타를 배출한 ‘슈퍼스타K’에 이어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연달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뛰어난 외모와 연줄을 통해 알음알음 들어가던 일명 ‘연예인 고시(유명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는 이제 전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한치의 비리와 심사 오류도 허락하지 않는 오디션 무대로 탈바꿈 중이다.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는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정의 열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과거 국내 독서 대중의 관심은 돈이었다. 관심사에서 벗어났던 ‘정의’라는 개념이 공적인 장에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책 한권과 방송 한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가 부정의하다는 것에 대한 반성, 인문서에 대한 장벽 낮추기, 정의에 대한 대중적인 고찰이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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