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신지…”
“비행을 오래하다 보면 자기 과신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러다 보면 큰 사고를 내게 될 수 있거든요.”
제주항공 운항본부 운항승무팀의 송찬미(29) 부기장. 자신의 좌우명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이 사람은 비행 경력 4년차 여성 조종사다. 제주도 출신인 그녀는 세상에 몇 안되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룬 당찬 파일럿이다.
어떻게 여성 파일럿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 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송 부기장은 “초등학교 시절 제주에서 살 때, 집앞을 조금만 걸어나가면 드넓은 바다와 파란 하늘이 있었다. 그때부터 저 하늘을 날고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곤 했다”고 웃었다.
송 부기장은 “중학생 때부터 구체적으로 파일럿의 꿈을 꾸기 시작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초경량 비행장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일관되게 지켜간 셈이다.
여성 파이럿이라는 한 가지 꿈을 향해 매진해 가던 그녀는 대학교 역시 한서대학교 항공운항과로 진학했다. 당시 그녀는 학과 내 유일한 홍일점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남녀 학생 통틀어 교내 최초의 솔로비행 성공 학생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어린 소녀일 때 부터 한 가지만을 위해 달려온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힘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역시 대답은 단번에 나왔다. 답은 ‘삼심(三心)’이었다.
그녀에게 ‘삼심(三心)’은 초심(初心), 중심(中心), 그리고 뚝심을 의미한다. “지금도 제주항공에 입사하던 때 미국 시애틀에서 실제 비행과 같은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는 ‘시뮬레이터’에서의 설래던 기분을 잊지 않고 있어요. 지금도 그때의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학생처럼 배우는 자세로 임하다 보면 중심(中心)이 서는 것 같구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러자 파일럿 제복 어께에 있는 흰줄을 가리킨다. 송 부기장은 “지금은 줄이 세개지만 조만감 네 줄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파일럿 제복의 흰줄 갯수는 직급을 의미한다. 한 줄은 솔로비행 성공을 의미하며 두 줄은 자가용 조종사 자격 획득, 세줄은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의미다. 부기장은 기본적으로 세 줄, 그리고 그녀가 희망하는 네 줄은 기장을 의미한다.
송 부기장의 자심감에 찬 목소리를 듣고보면 그녀의 ’국내 항공업계 최연소 여성 기장’의 꿈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내선으로 시작해 지난 2008년 부정기편으로 국제선으로 발을 넓혀,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거듭되는 성장 일로에 있는 제주항공. 그 안에서 그녀의 꿈도 나날이 드높아지고 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