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패딩·10월 내복…빨라진 겨울 준비
‘12월 급 한파’ 예보에 롱패딩까지 등장
“고물가 속 계획·가성비 소비 영향 커져”
서울랜드가 특별한 얼리(early) 크리스마스 축제인 '10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서울랜드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월부터 얼리 크리스마스!”
서울랜드는 올해 10월 1일부터 이른 크리스마스 축제를 시작했다. 놀이동산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상기후로 가을 대목을 놓친 유통업계도 짧은 가을과 작별하고 겨울 준비에 나섰다. 12월 ‘반짝 한파’에 대비해 롱패딩과 같은 차별화된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절약형 방한용품을 출시하며 ‘이른 겨울’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올겨울 패션으로 부피와 길이감을 강조한 헤비 아우터가 주력 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역대 두 번째로 따뜻했던 지난해 겨울, 길이가 짧고 화려한 쇼트패딩이 줄지어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평년 대비 기온이 낮은 12월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보온 기능성을 살린 상품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LF 리복은 역대급 추위에 몸을 보온할 수 있는 ‘롱패딩’ 유형의 벤치코트를 곧 출시한다. 코오롱FnC 시리즈는 방풍 기능을 강화하고 다운(거위털)의 솜털 함량의 90%로 높인 ‘에어 트루퍼(Air Tropper)’를 올겨울 주력 상품으로 선정했다.
LF 바쉬 에코 퍼 제품. [LF제공] |
예측이 어려운 날씨를 고려해 레이어드 룩(여러 옷을 겹쳐 입는 실용적인 룩) 코디에 적합한 소재도 관심을 받고 있다. LF 던스트는 가을과 겨울에 소화할 수 있는 스웨이드 소재가 들어간 재킷과 토트백을 내놨다. 가볍지만 따뜻한 소재감을 시각적으로 살린 ‘에코(친환경) 퍼’, 오돌토돌한 소재가 내는 광택이 특징인 코듀로이, 무스탕을 이용한 신제품도 눈길을 끈다.
코오롱FnC 시리즈는 ‘피셔맨 숏 다운 파카’로 다양한 기온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내피랑 외피가 분리되는 제품이라 간절기부터 가을, 겨울까지 장기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에 대응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발열 내의 출시일과 행사 시점도 빨라졌다. 다이소는 보온 내의인 이지웜을 지난해 대비 2주 당겨 출시했다. 이랜드 스파오 역시 지난해 11월 초 ‘오!위크 행사’로 발열 내의 판촉에 열을 올린 것과 달리 올해는 한 달 전인 10월 2일부터 ‘착한가격 라인업’이라는 가성비 보온 의류를 내놨다.
10월에 방영된 롯데홈쇼핑의 방한화 판매방송. [롯데홈쇼핑 제공] |
다이소가 10월 중순 선보인 발열내의 이지웜 시리즈. [다이소 제공] |
롯데홈쇼핑은 올겨울 역대급 한파 소식이 예고되자 9월 중순부터 패딩·점퍼를 선보였다. 그 결과 10월까지 패딩·점퍼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40% 신장했다. 12월 집중 편성하던 방한화도 10월 말부터 방송에 등장시켰다. 롯데마트는 10월부터 PB브랜드 겨울용 ‘오늘좋은 히트 동내의’ 200여 품목을 7900원~1만5900원 가격대에 맞춰 판매 중이다.
경기 침체가 겨울 준비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마트 MD는 “고물가 속 가성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상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전기비 방어에 도움이 되는 소형 가성비 온열용품이나 가열식과 초음파 장점을 합친 복합형 가습기 판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편의점은 9월 초부터 동절기 먹거리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9월 초, 전년보다 10일 빠르게 즉석어묵을 운영했다. 10월 기준 즉석어묵은 출시 초기 대비 매출이 약 6배 늘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집 등 길거리 메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오락가락 날씨에 동절기 간식을 찾는 시기가 빨라져 점포들이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출시 시점을 당기는 전략을 택했다”고 전했다.
1일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 'H빌리지’가 설치돼 있다. [연합] |
너무 빨라진 겨울 준비를 두고 유통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늦더위와 소비 침체에 이어 ‘핼러윈 패싱’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 전환이 시급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가 1일부터 크리스마스 점등에 나선 것도 이른 월동 준비로 해석할 수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추석 이후 핼러윈,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소비 분위기가 이어져야 하는데 올해는 계절자체가 훼방을 놓은 격이 됐다”이라며 “업계 입장에서는 연내 재고를 팔아야 한다는 위기감까지 엎친 데 덮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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