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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3만호 미달' LH 매입임대…집주인들 "팔 이유가 없다"
LH '원가 이하' 매입으로 사업조건 변경
목표 15%만 달성…예산 6조원 집행 못해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정부가 청년·신혼부부나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주택인 매입임대사업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 가격을 '원가 이하'로 강화한 데다, 건축비 상승 등으로 신축 주택 매입 약정사업도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서민 주거안정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까지 정부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약 5300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가 한달 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목표 물량인 3만5000호의 단 15% 실적만을 달성한 것이다.

매입임대사업은 청년·신혼부부나 고령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LH 등 공공기관이 다가구와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전 약정을 통해 신축 주택을 매입해 싼 임대료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매입임대주택이 제공되는 실정이다.

올해 매입임대사업 실적이 저조한 것은 정부 목표치의 절대 물량을 담당하는 LH가 매입임대사업 방식을 변경하면서 매도자들의 의뢰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업에서 중심추를 담당하는 LH의 지난 1~11월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약 4000가구로 올해 LH 자체 목표 물량인 2만6000가구 대비 15.4%에 그쳤다. 이중 기존 주택 매입 실적이 700가구이고, 그 외에는 건축 예정인 주택을 매입하는 매입 약정형 물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LH는 지난해 말 매입임대사업의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면서 사업 주체가 분양가에서 15% 할인 매각 중인 주택을 13% 낮은 가격에 매입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후 지난 4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준공 주택의 경우 매도자에게 자구노력 부담을 지운다는 차원에서 '원가 이하'로 매입하기로 기준을 높였다. 아울러 신축 매입 약정 주택은 종전처럼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수가를 산정하되 원가법을 병행 검토하고, 감정평가 업체 선정에서도 매도자의 선정 권한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LH의 바뀐 사업 조건으로는 주택을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원가 매입 조건은 사업에 투입된 금융비용이나 일반관리 비용 등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완전히 손해를 보고 매도하라는 것"이라며 "건축주가 팔고 싶은 주택이 있어도 외환위기 수준의 심각한 경제 위기나 심각한 부도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원가 이하의 매도는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매입임대사업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매입약정형 신축주택 매입은 최근 공사비 급등과 전세사기 여파로 다가구나 연립·다세대 수요가 감소하면서 실적 저조를 겪고 있다.

매입 약정형은 LH가 민간사업자의 건축 예정 주택을 사전에 약정을 맺고 준공 뒤 매입하는 형태로, 최근 1∼2년 사이에 일반 주택의 공사비가 2배 가까이 뛰면서 매입가 산정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사업 시작도 늦었다. '칸타빌' 여파로 LH 매입임대사업 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안이 4월에나 나오면서 1분기를 날린 것도 영향을 받았다.

또 다른 매입임대사업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김헌동 사장의 의지에 따라 매입임대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 사장은 "집값이 폭등할 때 매입 약정을 하면 집값 상승액을 매입업자, 건설업자들이 다 가져간다"며 매입임대사업을 최소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SH가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SH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한편 사업 실적 저조로 올해 6조원이 넘는 매입임대 예산의 상당수는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용 매입임대 자금까지 고려해 내년에도 매입임대사업에 6조원가량의 기금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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